박근혜 대통령과 최태원 SK회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8월25일 경기도 이천에서 SK하이닉스 M14 반도체공장 준공 및 미래비전 선포식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가’ 스마트폰 첫 예약 가입·사은품 제공
‘대만의 삼성전자’ 홍하이정밀이 만들어
중국시장 진출 겨냥해 합작법인까지 설립
‘대만의 삼성전자’ 홍하이정밀이 만들어
중국시장 진출 겨냥해 합작법인까지 설립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오는 4일 출시 예정인 새 중가 스마트폰 ‘루나(LUNA)’에 대해 지난 31일부터 예약가입을 받는 등 ‘특별 대우’하는 모습을 보여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업체가 아이폰과 갤럭시에스(S)·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제외한 보급형 스마트폰에 대해 예약가입을 받고, 사은품까지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루나에 대해 “공격적인 물량을 주문했고, 단말기 지원금도 공격적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루나는 이용태 삼보컴퓨터 창업자의 아들인 이홍선씨가 대표로 있는 티지앤컴퍼니(TG&Co)가 디자인을 맡았고, 대만 홍하이정밀(해외법인명 폭스콘)이 만들었다. 이 때문에 삼보컴퓨터 창업자 쪽이 스마트폰 제조업에 뛰어들었고, 에스케이텔레콤이 국내 중소 제조업체를 통해 스마트폰을 디자인한 뒤 중국에서 생산하는 방식의 새로운 저가 스마트폰 수급 채널을 만들어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이 루나 마케팅에 전례없는 공을 들이는 진짜 이유는 ‘최태원 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1일 에스케이(SK)그룹 임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 회장은 홍하이정밀을 중국시장 진출 파트너로 꼽아 협력관계를 키워왔다. 홍하이그룹은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의 최대 전자기기 제조업체로 ‘대만의 삼성전자’로 꼽힌다. 지주회사의 한 팀장은 “2000년대 중반 주요 계열사들이 앞다퉈 중국시장에 진출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이후 최 회장이 다보스포럼에서 꿔타이밍 홍하이정밀 회장을 만났는데, 중국시장은 중국 정서로 접근해야지 한국적 시각으로 공략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두 회장은 서로 사업 파트너가 되기로 뜻을 같이 하고, 최 회장은 비밀리에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홍하이정밀과 협력할 사업 아이템을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7월 돈이 필요해 에스케이씨앤씨(SKC&C) 지분 4.9%를 팔아야 했는데, 이 지분을 꿔타이밍 회장한테 넘겨 두 그룹을 지분을 나눠가진 사이로 발전시켰다. 지난해 9월에는 한국을 방문한 꿔타이밍 회장이 의정부교도소를 찾아가 최 회장을 면회했다. 최 회장은 출소 뒤 첫 해외출장에 나섰는데, 중간에 대만을 들러 꿔타이밍 회장을 만날 예정이다.
에스케이 계열사 가운데 홍하이정밀과 사업협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곳은 에스케이씨앤씨다. 이 업체는 홍하이정밀의 중국 공장을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인터스트리 4.0’ 기준에 맞는 ‘스마트팩토리’로 개선하는 사업을 기획해, 홍하이정밀과 ‘에프에스케이(FSK)홀딩스’란 이름의 합작법인까지 만들었다. 오는 10월 홍하이정밀의 중국 공장 가운데 한 곳을 골라 스마트팩토리로 탈바꿈시킨 뒤 홍하이의 다른 공장 및 다른 중국 기업의 공장으로 확산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에스케이씨앤씨는 “홍하이정밀 중국 공장의 스마트팩토리화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합작법인을 통해 공장용 센서 전문업체까지 인수했다”고 밝혔다.
루나는 최 회장의 지시로 이뤄지는 에스케이 계열사와 홍하이정밀의 두번째 협력 사업이자, 홍하이정밀이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에스케이씨앤씨 쪽에 맡긴 것에 대한 품앗이인 셈이다. 삼성전자·엘지전자·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버금가는 디자인 및 성능을 가진 제품을 중저가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에스케이텔레콤과 소비자 쪽에서도 나쁘지 않다. 실제로 루나는 풀에이치디(HD) 디스플레이, 에프(F)1.8 조리개의 800만화소급 전면 카메라, 3기가바이트 메모리를 갖추고 기기 전체를 메탈로 감쌌으면서도 출고가는 40만원대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추가 모델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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