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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놓친 후보 있을까봐 ‘노심초사’…9개월간 토론의 연속

등록 2015-09-04 16:59

스마트폰의 지도와 내비게이션 서비스 덕분에 목적지를 알기 위해 지도를 뒤지고 휴대하는 수고가 사라졌다. 언제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나의 위치와 상대가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위치정보 노출과 수집이라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스마트폰의 지도와 내비게이션 서비스 덕분에 목적지를 알기 위해 지도를 뒤지고 휴대하는 수고가 사라졌다. 언제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나의 위치와 상대가 있는 곳을 알 수 있다. 이는 또한 위치정보 노출과 수집이라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새로운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수상작 선정까지
올해 제정돼 처음 시상식이 열리는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근원적이면서 복합적인 고민이 배경이다. 디지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좀더 사람을 지향하는 디지털 기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출발점이다.

해답을 위해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지난해 9월부터 사람친화적 디지털 기술의 개념 정립과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제정을 위한 기초 논의에 착수했다. 여러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디지털 사용자 주권을 주제로 공개 포럼도 열었다.

‘사람친화 디지털’ 의미찾기 시작으로
평가위원·심사기준안 마련 첫걸음

전문가가 추리고 소비자 평가 보태
기술·서비스·웹사이트·단체 등 놓고
사용자 주도성·안전성 등 다면 평가

상이 지향하는 사람친화적 디지털 기술의 평가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2014년 12월부터 전문가회의를 구성하고 평가기준안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3개월여간 진행하였다. 평가기준안 마련은 쉽지 않았다. 사람친화적 디지털 기술이 지향하는 가치와 현실에서의 구현을 명료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존의 각종 상과 평가지표는 임의적이거나 계량적인 수치에 의존했는데 ‘사람친화적 디지털 기술’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기존 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국내외에 참고할 만한 유례가 없다는 것도 어려움이었다.

전문가들과 거듭된 논의를 거치면서 ‘사람친화적 디지털 기술’에 대한 독자적인 기준이 윤곽을 드러냈다. 평가기준이 될 핵심적 가치는 사용자 주도성, 사용자의 안녕 및 행복, 사회 및 공동체적 가치와의 조화라는 세 가지로 요약됐다. 이를 평가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사용편의성·선택성, 개인정보보호·안전, 정보제공·이해도모, 가치창출·공익성, 정보개방·투명성의 5가지 요소로 세분하였다. 이렇게 구체화된 가치와 세부 평가기준은 사람친화적 디지털 기술의 가치 정립을 위한 고민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상의 평가기준안이 만들어진 뒤 심사를 실질적으로 진행할 평가위원회를 구성하였다. 평가위원회는 전문가 평가위원을 주축으로 사용자평가단을 병행하여 꾸렸다. 전문가 평가위원은 디지털 분야와 연관있는 학계, 기술계, 사용자단체, 법률, 정책, 시장조사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시상 대상 선정과 평가, 수상작 최종선정이 이뤄졌다. 파워블로거·헤비유저·얼리어답터 등으로 구성된 사용자평가단은 전문가 평가를 통해 간추려진 1차 평가대상 33개에 대한 온라인평가를 수행함으로써 실제 소비자들의 참여를 보탰다. 다면적이고 엄밀한 평가를 위해 1차 평가대상에 대한 공적 기술서 평가도 병행됐다.

첫해여서 제한된 기간에 평가기준 마련과 선정 절차를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상은 최대한 독립성과 투명성, 공정성을 지향했다. 거듭된 논의로 도출된 상의 평가기준은 향후 사용자 관점에서 인간친화적 기술 개발 과정에서 중요한 준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선정 과정에서 소수 전문가 중심의 합의가 아니라, 전문 평가와 대중 평가, 공적 기술 평가 같은 다면적인 내용 평가와 함께 온라인평가와 투표 결과를 평가 과정에 반영했다.

심사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흥미와 박진감을 경험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평가위원은 후보로 오른 카카오톡 재초대 금지 기능이 왕따를 막을 수 있는 한 방편이 된다는 데 아빠의 마음으로 공감했다. 평가를 위해 후보 사이트를 방문하고 앱을 내려받아 실제 사용해보는 것은 평가위원이나 사용자 평가단에게 모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일이기도 했다.

평가위원들이 공감한 문제는 어딘가에 더 좋은 후보가 숨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었다. 일부 위원들은 널리 알려진 후보가 다수 선정되어, 대중성이 떨어지지만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을 모두 충족시키는 잠재 후보들을 좀더 많이 발굴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선정기준을 평가 대상에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번 평가 대상에는 세부 기능과 특정 기술, 서비스, 웹사이트, 디지털 관련 조직과 단체 등 다양한 사례가 포함돼 있었다. 여러 유형의 사례들을 다각적으로 포괄함으로써 개방성을 확보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심사 과정은 치열한 토론의 연속이었다.

평가와 심사 과정은 단순히 몇 개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각 제품이나 서비스의 우열을 가리거나 평가 점수를 부여하는 데 몰두하기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의 전반적인 방향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는 자리였다.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친화적인 것은 어떤 의미인가, 기술이 지칭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사람친화적인 기술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추상적인 질문에서부터 왜 이 기능과 서비스를 사람들과 사용자 평가단은 좋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까지 문제제기와 토론은 끊이지 않았다.

이들 질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등장하고 빠르게 산업의 지형이 달라지는 디지털 분야에서 사람친화적인 기술은 이동하는 표적과 같다. 어느 한곳에 고정되어 있는 불변의 가치가 아니라 열린 태도와 성찰, 소통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그 중요성이 드러나고 사회적 공감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다.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이러한 사람친화적 디지털 기술의 가치를 찾아가는 한 시도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hludens@hani.co.kr

전문가부터 소비자까지 ‘촘촘한 평가’

공정성·독립성 위해 외부위원들로
4차례 평가·심사 회의 열어 결정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의 평가를 진행한 평가위원회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기하기 위해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외부의 전문가 평가위원들로 구성됐다. 학계·기술계·사용자단체·법률·정책·시장조사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다양한 인사들이다. 소비자들의 평가를 반영하기 위해 사용자평가단이 구성돼 평가에 참여했다. 사용자평가단은 파워블로거·헤비유저·얼리어답터 등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높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평가위원회는 전문가 평가, 사용자 평가, 공적 기술서 평가를 통한 다중 평가를 총괄적으로 고려하여 수상작을 선정했다.

상의 선정을 위해 전문가 평가위원회는 2015년 3월부터 4차례의 평가와 심사를 위한 회의를 진행했다. 1차 회의에서는 평가기준 기본안에 입각해 평가 대상 후보군의 선정기준을 세부적으로 논의하였고, 2차 회의를 통해 평가 대상 후보군으로 총 33개의 사례를 일차적으로 선정했다. 선정된 사례들에 대한 사용자평가단의 평가를 온라인조사를 통해 실시하였다. 3차 회의에서는 각 업체·기관이 제출한 공적 기술서에 대한 평가와 사용자평가단의 온라인조사 결과 등을 참고하여 시상 대상 후보군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4차 회의에서는 그동안 진행해온 전문가 평가, 사용자 온라인평가, 공적 기술서 평가 등의 과정을 총괄적으로 반영하여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 대상, 사용자친화 부문과 사회혁신 부문, 특별 부문의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확정하였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변화무쌍한 신기술, 평가기준 보완 필요”

올해 처음 제정된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의 향후 발전 방향과 관련하여 평가기준과 선정절차, 비전 확산 등과 관련하여 평가위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이 있었다.

■ 평가기준 어렵게 마련된 기준과 절차이기에 앞으로도 중요한 지침 구실을 하겠지만, 변화가 급격한 디지털 영역에 대한 시상인 만큼 부분적인 수정과 보완이 계속 필요하다. 특히 평가 대상에 대한 분류와 평가 척도는 앞으로 지속적인 점검 및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측면이다. 예컨대 기기나 네트워크처럼 기술적 평가가 수반되어야 하는 분야에는 좀더 전문적인 측정방법이 요구되며, 사용성이 중요한 서비스나 기기 기술은 사용성 평가와 같은 평가기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선정절차 사용자 평가단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여 심사 대상 후보군을 충분히 확보하고 아래로부터의 심사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이 요청된다. 올해 휴먼테크놀로지 어워드는 온·오프라인을 망라하는 전문가 평가와 사용자 평가, 공적 기술서 평가 등의 다중 평가를 통해 심사의 전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기술’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것은 여전히 아쉬운 측면이다. ‘사람’은 단일하고 보편적인 이름이 아니라 다양한 지향과 요구, 취향을 지닌 사용자라는 점에서 연령이나 성, 직업 등과 같은 사회문화적 위치를 반영할 수 있는 선정절차가 향후 좀더 요청된다. 온·오프라인을 통한 시민공모 등 공개적인 추천 및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 향후 비전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사람친화적 디지털기술에 대한 연중 기획 소개와 조사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선정된 기술에 대한 추가 개선 사항 등을 수집해 좀더 좋은 기술로 변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홈페이지에 상세히 소개하여 상의 취지를 널리 알려 나가야 한다. 사용자 친화적인 기술혁신 사례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는 한편, 대중적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휴머니즘, 사용자 주도성 등이 잘 발현된 새로운 혁신적 기술이나 서비스를 적극 발굴하고 가치를 부각하는 것도 앞으로 할 일이다.

윤명희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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