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뒤 단말기 해지 부담 3.7배
할인해줬던 요금까지 토해내게 해
이통 3사 점유율 굳어져 경쟁 약화
할인해줬던 요금까지 토해내게 해
이통 3사 점유율 굳어져 경쟁 약화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회사들이 신규 및 기기 교체 가입자에게 단말기 구매 지원금을 준 뒤 약정기간을 채우지 않고 해지하면 물리는 위약금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어난 위약금 탓에 이동통신 가입자들의 발목이 잡혀, ‘5(에스케이텔레콤) 대 3(케이티) 대 2(엘지유플러스)’ 구도의 이통 3사 가입자 점유율이 고착되고 사업자간 경쟁을 약화시켜 소비자 권익을 해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이동통신 3사의 단말기 유통법 시행 전과 후의 단말기 위약금 현황’ 자료를 보면,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이동통신 중도 해지자들이 부담한 위약금이 3.7배로 커졌다. 지난해 1~9월 중도 해지자 한명당 평균 위약금이 3만6088원이었던 데 비해 10월 이후 올해 9월까지의 평균 위약금은 13만1561원에 이른다. 사업자별로는 에스케이텔레콤(SKT) 중도 해지자들이 낸 위약금이 2만3666원에서 12만2381원으로 5.2배 늘었다. 케이티(KT)는 4만1811원에서 12만8167원으로 3.7배, 엘지유플러스(LGU+)는 4만2786원에서 14만4135원으로 3.4배 증가했다.
위약금이란 일정기간(일반적으로 24개월) 가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단말기 구매 지원금을 준 뒤 약정기간을 채우지 않고 해지하면 남은 약정기간에 따라 앞서 받은 단말기 지원금 가운데 일부를 반환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이통사들이 가입자 이탈을 막는 수단으로 위약금을 물리고 있다. 이통사들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이와 별도로 일정기간 가입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다달이 요금을 깎아준 뒤 약정기간을 채우지 않고 해지하면 그동안 할인받은 요금을 토해내게 하는 방법도 쓰고 있다.
단말기 유통법 시행 전에는 이통사가 유통점에 주는 리베이트(가입자 유치 수수료)로 단말기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여서 중간에 해지해도 반환을 요구할 근거가 부족했으나,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 단말기 지원금 지급 및 중도 해지 때 반환 여부에 대한 관리가 철저해지면서 위약금 부담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금은 이통사들이 단말기 유통법에 따라 중도 해지자들의 단말기 지원금 반환을 투명하게 처리하지 않으면 단말기 지원금 편법 지급으로 간주돼 제재를 받는다.
위약금 부담 증가는 이동통신 시장의 탄력성을 떨어트리는 요인도 되고 있다. 위약금 부담 탓에 가입자들이 사업자를 바꿀 엄두를 못내고, 이로 인해 후발 이통사들은 경쟁업체의 가입자 빼오기(번호이동) 마케팅 기회를 잃고 있다.
최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9월 8만3412명에 이르던 월평균 이동통신 중도 해지자가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후에는 4만251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한 이통사 유통점 대표는 “요즘은 대부분 약정 가입을 해 경쟁업체 가입자를 중도 해지시키고 데려오려면 단말기 지원금과 별도로 위약금을 보상해줘야 하는데, 단말기 유통법에 위배된다. 그나마도 리베이트를 최소한 15만원 이상 더 받아야 번호이동 영업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최 의원은 “위약금 증가로 이통 3사의 가입자 점유율 구도가 고착되는 데 따른 폐해가 크다. 가입자 쪽에서 보면 사업자간 경쟁이 둔화하면서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중도 해지자들의 단말기 위약금 부담을 낮출 정책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스마트폰.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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