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인터넷 등 중복적용 안돼
일반 약정할인과 비슷 ‘하나마나’
역차별 논란에도 통신사는 미적
일반 약정할인과 비슷 ‘하나마나’
역차별 논란에도 통신사는 미적
몸이 불편해 통신요금을 낼 때 ‘장애인 복지 할인’ 혜택을 받고 있는 신아무개씨는 초고속인터넷 요금 관련 상담을 받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장애인 복지 할인 30%를 받았는데도 매달 실제로 부담하는 요금은 비장애인 가입자와 똑같았던 것이다. 상담원은 “모든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3년 약정할인이 장애인 복지 할인보다 폭이 큰데, 중복 할인이 안 돼 그렇다. 고객님도 복지 할인보다 혜택을 더 받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애인 가입자들이 실제 부담하는 요금은 비장애인과 같거나 오히려 높은 경우까지 있어 ‘장애인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3일 통신사와 장애인 이용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통신사들은 전기통신사업법과 이용약관에 따라 장애인 가입자의 요금을 매달 30%씩 할인해준다. 하지만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 등은 장애인 가입자가 실질적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일이 흔하다. 케이티(KT) 초고속인터넷 상품인 ‘올레 인터넷 다이렉트’가 대표적인데,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월 2만2000원씩 똑같은 요금을 내고 있다. 한 통신사 팀장은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경우다. 장애인 가입자가 요금을 더 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통신사들이 요금 할인을 남발하는 가운데 장애인 복지 할인의 중복 적용을 막아놓은 데서 비롯된다. 통신사들은 기존 가입자의 이탈을 막거나 가계 통신비 부담 경감 여론에 물타기를 하는 수단으로 약정할인을 남발해 왔다. 예를 들어, 월 3만6000원짜리 케이티 초고속인터넷에 가입해 3년 약정을 하면 누구나 44% 할인을 적용해 월 2만원을 내면 된다. 만약 통신사가 중복 할인을 해줬다면, 장애인 가입자는 복지 할인 30%를 추가 적용해 1만4000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케이티 관계자는 “3년 약정 할인율이 44%로 장애인 복지 할인 30%보다 크다. 장애 여부를 떠나 이미 할인 혜택이 충분히 제공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애인 복지 할인을 적용하면서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것도 문제다. 케이티의 또다른 상품인 ‘올레 인터넷’의 경우, 3년 약정 기준으로 비장애인에게는 2만5500원, 장애인에게는 2만원을 받는다. 중복 할인을 해줬다면 장애인 가입자에게는 1만7850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기준에 따른 것도 아니고 그냥 2만원씩 받고 있다.
통신사들도 이런 실태를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해결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다. 일부 업체는 문제 제기를 하는 장애인 가입자한테만 중복 할인을 해주는 미봉책을 쓰기도 한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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