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시장 10%로 커졌으나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로
1위업체 점유율만 되레 높아져
제4 이동통신 출범도 자신 못해
신청 3개사 모두 투자기반 취약
대통령 공약 핵심정책 좌초 위기
미래부, SK 인수 심사 앞두고 고민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로
1위업체 점유율만 되레 높아져
제4 이동통신 출범도 자신 못해
신청 3개사 모두 투자기반 취약
대통령 공약 핵심정책 좌초 위기
미래부, SK 인수 심사 앞두고 고민
박근혜 대통령의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 이행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알뜰폰 시장 활성화’와 ‘제4 이동통신 출범’이 모두 좌초 위기를 맞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그동안 “이동통신 요금을 내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라”는 요구를 받을 때마다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고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허가해 요금 인하 경쟁이 이뤄지게 하겠다고 강조해왔다.
9일 정부와 통신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로 알뜰폰 시장 활성화 정책은 방향을 잃게 됐다. 정부가 전파 사용료 면제와 이동통신망 임대료 인하 등 각종 특혜를 동원해 ‘알뜰폰 시장’의 꽃을 피워놨는데 에스케이텔레콤이 날름 꺾어간 꼴이 됐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죽 쒀서 뭐 줬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전체 이동통신 시장의 10%까지 커진 알뜰폰 시장이 더 성장하려면 사업자 간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이 큰 사업자가 등장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이동통신 1위 사업자가 알뜰폰 1위 사업자를 가져가서 이통사 자회사들의 알뜰폰 가입자 점유율을 37.9%로 만들고, 알뜰폰 1·2위 사업자가 합쳐져 절대 강자가 되는 모양새는 용납되기 어렵다.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또 계속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게 한다”고 지적한다.
알뜰폰은 기존 이통사의 통신망을 도매가로 빌려 제공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로,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와 품질은 같으면서 요금은 절반수준인 게 특징이다. 정부는 이통 3사의 시장 독과점 심화로 경쟁의 탄력성과 소비자 편익이 떨어지자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을 이명박 정부 때 허가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 공약을 이행을 위해 알뜰폰을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알뜰폰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 가입자 600만명 규모에 점유율 1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알뜰폰이 에스케이텔레콤의 가입자 점유율을 떨어뜨린 게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알뜰폰 1위 사업자는 씨제이헬로비전으로, 가입자가 85만3185명에 이른다. 2위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자회사 에스케이텔링크(85만357명)이다. 두 회사의 가입자를 합치면 전체 알뜰폰 가입자의 30.4%에 이른다. 또 정부의 알뜰폰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49%대로 떨어진 에스케이텔레콤의 가입자 점유율(요금청구서 발송 주체 기준)도 51%대로 다시 올라가게 된다. 에스케이텔레콤으로선, 가입자 점유율을 50%대로 회복하고 눈엣가시처럼 여기던 알뜰폰 시장까지 장악하게 되는 것이다.
또 미래부가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에서 알뜰폰 시장 활성화 못지않게 공을 들이던 제4 이동통신 출범도 불투명해졌다. 퀀텀모바일·세종텔레콤·케이(K)모바일 등 3개 법인이 제4 이통 사업 허가 신청서를 접수했는데, 3개사 모두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모두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담보할 수 있는 대기업을 주요 주주로 유치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사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제4 이통 사업 허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추진하던 두 가지 핵심 정책이 모두 방향을 잃거나 좌초될 운명에 놓이면서,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는 정부의 인가 과정에서 까다로운 조건이 달리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텔레콤은 “씨제이헬로비전 알뜰폰 가입자들은 대부분 케이티 망을 쓰고 있다. 케이티가 적정한 값을 치르면 인수 과정에서 다 넘겨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아직 인가 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어렵다. 다만 방송과 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 정책을 모두 꼬이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만큼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이통 시장에 대한 에스케이텔레콤의 지배력이 커지는 점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를 인가해 시장을 망가뜨린 실수를 되풀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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