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 정부 인가 받으려 광장·세종·김앤장 동원
KT와 LGU+는 율촌·태평양에 ‘인가 막아달라’ 주문
국책연구기관·관련 분야 교수들도 용역 맡아 ‘대목’
KT와 LGU+는 율촌·태평양에 ‘인가 막아달라’ 주문
국책연구기관·관련 분야 교수들도 용역 맡아 ‘대목’
에스케이텔레콤(SKT)의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로 대형 법무법인은 물론 방송·통신 전문 국책연구기관과 대학교수·언론들까지 ‘대목’을 만났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이 케이블방송·알뜰폰 1위 사업자인 씨제이헬로비전을 인수해 방송·통신 업계의 지형이 바뀌는 ‘대형 사건’이라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인수·매각 당사자들은 반드시 인가를 받기 위해, 경쟁 사업자들은 인가를 무산시키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에스케이텔레콤은 씨제이헬로비전 인수 발표 직후 국내 5대 법무법인에 “정부 인가 작업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광장과 세종을 골라 일을 맡겼고, 씨제이는 김앤장을 골랐다. 앞으로 이들 세 법무법인은 각각 공정위와 미래부를 나눠 맡아,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인가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기름칠’을 하게 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에 반대하는 케이티(KT)는 율촌, 엘지유플러스(LGU+)는 태평양과 각각 법률 자문 계약을 맺었다. 이들에겐 정부 인가를 반드시 막으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요즘은 법무법인들이 법률 자문뿐만 아니라 대리인 자격으로 인가 심사를 맡은 정부 관료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거나 관련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여하기까지 한다. 법무법인들은 이번 인수와 관련한 토론회·공청회와 청문심사 때는 물론이고 언론 기고 등을 통해서도 치열한 논리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에스케이텔레콤과 씨제이는 이번 인수·합병을 직접 결정하고 협상까지 벌인 ‘회장님’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인가를 받아내야 하는 처지다.
이통사들은 이와 별도로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 같은 국책연구기관과 대학의 관련 분야 전공 교수들에게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가 방송·통신시장과 경쟁 상황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달라는 연구용역도 앞다퉈 발주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과 씨제이 쪽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고 순기능도 크다는 주장을 담은 연구보고서를,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 쪽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소비자 후생을 떨어뜨리면서 방송·콘텐츠 시장까지 왜곡될 수 있다는 논리를 담은 연구보고서를 인가 심사장에 들이밀겠다는 심산이다.
대형 법무법인과 학계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는 정부 쪽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씨제이헬로비전 인수와 관련해, 이해당사자들이 대한민국의 대형 로펌과 학계 전문가들을 총동원하다시피하고 있다. 정부도 대응 차원에서 법률과 시장 경쟁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이 절실할 것으로 판단돼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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