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 연구소 보고서 발표
컴퓨터로 표본 노동자 27만명 분류
‘높은 등급이 더 오래 근무’ 결과
“근무기간으로만 기업성공 말 못해”
컴퓨터로 표본 노동자 27만명 분류
‘높은 등급이 더 오래 근무’ 결과
“근무기간으로만 기업성공 말 못해”
인공지능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거 뺏으리라는 우려가 나온 건 한참 전의 일이다. 그런데 최근 직원 채용까지 컴퓨터가 사람보다 낫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각) “채용 관리자의 재량에 맡기기보다 컴퓨터 알고리즘에 맡기면 더 나은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미경제연구소는 16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일한 바 있는 저명한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연구는 15개 회사의 단순 서비스직 노동자 27만여명을 표본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이 중 9만3000여명한테 채용에 앞서 자신의 능력과 인성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를 바탕으로 지원자를 초록(직무 적합), 노랑(중간 수준), 빨강(부적합) 세 부류로 나눴다. 그 결과를 채용 담당자에게 알리면서 “선발에 참고하되 꼭 높은 등급을 고용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이렇게 채용된 노동자 가운데 컴퓨터가 초록으로 분류한 이들과 채용 관리자가 재량껏 뽑은 빨강이나 노랑 그룹의 업무 성적을 평가했다. 그 결과 초록이 우수하게 나온 것이다.
조사 대상 전체 노동자의 평균 근무일수는 99일이었는데 녹색 등급을 받은 이는 황색보다 평균 12일, 황색은 적색보다 평균 17일을 더 오래 자발적으로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람이 알고리즘을 무시하고 뽑은 이들이 비록 근무기간은 짧아도 생산성은 더 높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검증했지만 그런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사람과 컴퓨터의 채용 능력을 실증한 “최초의 연구”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사람은 채용에서 인성이나 조직 융화력 등 정량화할 수 없는 요소까지 찾아낼 수 있다고 믿어 왔다. 또 다른 한편에선 인맥이나 매력 등 업무와 상관없는 이유를 개입시킬 수 있다는 비판도 샀다. 이번 연구는 이와 무관한 컴퓨터의 손을 들어준 셈이지만 반론도 나온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은 “근무 기간이나 생산성만 가지고 기업의 성공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성취욕 높은 사람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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