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3사 매출액 추이 비교
엔씨, 지난해 영업이익 15% 감소
리니지 의존해 모바일 대응 늦어
큰폭 성장 넷마블게임즈에 2위 내줘
새 모바일 게임 놓고 3사 경쟁 치열
리니지 의존해 모바일 대응 늦어
큰폭 성장 넷마블게임즈에 2위 내줘
새 모바일 게임 놓고 3사 경쟁 치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게임업체 2곳을 들라면 지금까지는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꼽혔으나 올해는 엔씨소프트 자리에 넷마블게임즈가 이름을 올리게 됐다. 국내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벤처기업가’ 명단도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2명에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까지로 넓혀야 할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383억원의 매출을 올려 237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11일 밝혔다. 2014년에 견줘 매출은 4억원 줄었고, 영업이익은 15% 감소했다. 매출을 제품별로 보면, 리니지가 3129억원으로 가장 컸고, 블레이드&소울(블소)이 1139억원, 길드워2가 100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온라인 게임 일색이다. 윤재수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는 매출 다변화를 통해 신작 준비에 집중했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을 향해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 신작 출시를 본격화해 재도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가 오랫동안 지켜온 매출액 기준 국내 게임 업계 2위 자리를 넷마블게임즈에 내어주고 3위로 밀려난 것이다. 앞서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1조729억원의 매출을 올려 225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2014년에 비해 매출은 86%, 영업이익은 118% 늘었다. 넥슨은 지난해 1조8086억원의 매출을 올려 592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2014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37% 커졌다.
게임업계 ‘빅3’로 통하는 이들의 매출 추이를 보면, 넷마블게임즈는 지난해 큰 폭 성장했고, 넥슨은 소폭 성장, 엔씨소프트는 현상 유지에 그쳤다. 그 결과 매출액 기준으로 넥슨은 업계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에 추월당해 3위로 밀려났다. 매출액 차이가 무려 2346억원이나 난다. 게다가 업계에서는 “넷마블게임즈의 기세로 볼 때 올해는 엔씨소프트를 더욱 큰 격차로 따돌리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엔씨소프트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업계는 엔씨소프트의 부진 원인을 ‘리니지’란 온라인 게임에 안주해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대응을 게을리했고, 그 결과 신작 출시 경쟁에서도 밀렸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넷마블게임즈의 경우,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온라인 게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모바일 게임 시장에 ‘올인’했고, 숨차게 신작을 출시해왔다. 특히 해외 게임이 국내시장에서 판치는 꼴을 절대 볼 수 없다는 방 의장의 의지가 성장 동력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절치부심하며 개발한 ‘레이븐’으로 구글 플레이의 모바일 게임부문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던 해외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을 밀어낸 게 대표적이다. 이후에도 ‘모두의 마블’과 ‘세븐나이츠’ 등 내놓는 게임마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확실한 ‘모바일 게임 넘버 원’ 업체로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방 의장은 “게임 개발자들을 너무 몰아부친다” “김정주·김택진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는 대열에 올랐다”는 두가지 상반된 평판을 얻었다. 방 의장은 지난해 ‘언론과 함께 하는 넷마블게임즈’ 행사를 열어 “나에 대해 독하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모바일 게임은 무엇보다 스피드가 중요하고, 회사가 기반을 갖출 때까지는 독할 수밖에 없다. 회사 성장을 지속가능하게 만들어 직원들이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을 최고의 복지로 본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오는 18일 두번째 언론과 함께 하는 넷마블게임즈 행사를 연다.
이에 올해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경쟁이 강화되면서 넷마블게임즈와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말 넥슨이 모바일 게임 ‘히트’를 내놔 넷마블게임즈의 ‘세븐나이츠’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서자, 넷마블게임즈가 ‘모두의 마블’을 내놔 재탈환하는 등 치열한 1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날 현재 1위는 모두의 마블, 2위는 히트, 3위는 세븐나이츠가 올라있지만 언제 순위가 바뀔지 모른다. 넷마블게임즈 관계자는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전쟁”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반격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1분기에 온라인 게임 ‘엠엑스엠(MXM)’과 모바일 게임 ‘블라인드 앤 소울 모바일’을 내놓고, ‘리니지 레드나이츠’(프로젝트 RK)과 ‘리니지 모바일’(프로젝트 L) 등 ‘비장의 무기’로 준비해온 신작들도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소 모바일은 사실상 엔씨소프트의 내놓는 첫 모바일 게임으로,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를 보여줄 지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텐센트가 유통을 맡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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