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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댓글·사진·메일, 내 데이터가 춘천으로 간 까닭은?

등록 2016-03-06 20:13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강원도 춘천’ 하면, 호반의 도시라는 것과 닭갈비·막국수 등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머지않아 ‘데이터센터 도시’나 ‘데이터센터 명당’이란 별칭을 추가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에 접속해 데이터를 끌어다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심장이자, 디지털 기록을 후대에 전하는 구실까지 할 데이터센터가 춘천에 줄줄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 데이터 용량 천문학적
클라우드·동영상 등 서버압박 막대
IT 기업들 데이터센터 관리 ‘끙끙’

‘전기 먹는 하마’로 에너지비용 큰데
열기 들끓는 서버 식히기도 난제
MS·구글, 찬 바닷속·바닷가 택해
찬물·찬바람·현대과학 총동원

그린피스, 친환경 에너지 사용 압박
데이터센터 입지 선택에도 큰 영향
구글·페북 이어 네이버도 요구 수용
국내선 찬 호수 갖춘 춘천이 명당

■ 우리 기업 데이터센터 왜 춘천에?

국내 최대 시스템통합(SI)업체인 삼성에스디에스(SDS)는 춘천시 칠전동 춘천사격장 터에 금융서비스 전용 데이터센터 ‘춘천아이티(IT)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후보지로 꼽혔던 곳이다. 내년에 착공해 2019년 가동에 들어간다.

앞서 더존비즈온도 2011년 7월 춘천시 남산면 산자락에 데이터센터 ‘강촌캠퍼스’를 설립했다. 기업 13만여곳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더존비즈온은 본사까지 이곳으로 이전했다. 이어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가 2012년 12월12일 춘천 구봉산 자락에 데이터센터 ‘각’을 열었다. 900페타바이트(PB·9억5천만 기가바이트) 용량의 서버를 수용할 수 있다. 영화 동영상 파일로 치면 무려 9억편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관련 업계의 말을 들어보면, 이들 외에도 상당수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이 데이터센터를 새로 설립하거나 대도시에 있던 것을 옮길 최적의 후보지로 춘천을 꼽고 있다. 제4정부통합전산센터도 춘천에 건립될 가능성이 크다.

왜 하필 춘천일까. 춘천은 최근 30년 동안의 연평균 기온이 11.1도로 수도권보다 1~2도 낮다. 또한 지진이 한 번도 없었고, 경춘고속도로 개통으로 수도권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황사 피해도 적고, 휴전선부터의 거리가 서울보다 멀다. 소양호와 의암호 등 댐으로 만들어진 깊은 호수 여러 곳이 가까이 있어 차가운 물을 끌어다 쓰기에 유리한데 이는 서버의 열을 식히는 데 좋은 조건이다. 게다가 주변에 수력발전소가 많아 친환경 전기도 풍부하다.

네이버의 ‘각’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 박원기 대표는 “전국적으로 30군데를 후보지로 골라 1년 가까운 실사 끝에 춘천으로 정했다. 춘천은 국내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에 최고의 장소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춘천 다음의 ‘데이터센터 명당’으로는 충북 충주와 강원도 원주 등을 꼽았다. 박 대표는 “몇년 뒤 각이 포화하면 두번째 각을 설립해야 하는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춘천에 둘 수는 없다. 충주나 원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미 충주에는 포스코아이시티의 데이터센터가 들어섰다.

이전엔 데이터센터가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 집중돼 있었다. 기존 빌딩에 온도·습도와 환기 등을 관리하는 공조시설을 갖춰 데이터센터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전기나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공급받고, 직원의 출퇴근 편리성을 먼저 따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에너지 비용이 부담스러워졌다. 모바일 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의 대중화는 데이터센터를 도시에 두고서는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 IT 공룡 데이터센터는 왜 바닷속에?

데이터센터는 한마디로 ‘컴퓨터(서버) 집합소’다. 한 칸짜리 장롱 크기로 규격화한 컴퓨터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서버들은 이용자의 디지털기록(데이터)을 언제나 재활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보관한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카카오톡·라인·왓츠 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고, 팔로어에게 트위트를 남길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이용자들이 남긴 기록을 오롯이 보관한다.

환경운동가들은 데이터센터를 가리켜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한다.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가 전세계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나라로 가정해 비교한 자료를 보면, 2011년 기준 ‘데이터센터 나라’의 전기사용량이 6840억㎾h로 중국·미국·일본·인도·러시아에 이어 세계 6위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모량도 2013년 26억㎾h에서 해마다 평균 45%씩 폭증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활성화하는데다 동영상에 이어 가상현실(VR) 기술까지 등장하는 추세라서 데이터센터 수요와 전기 사용량은 더욱 빠르게 늘 전망이다.

컴퓨터 부품은 모두 전기로 가동된다. 또한 동작 과정에서 엄청난 열을 낸다. 냉각장치가 가동되지 않으면 컴퓨터 내부 온도가 80~90℃까지 올라가는데, 온도가 26℃ 이상으로 높아지면 컴퓨터가 제 성능을 못 내거나 오류를 일으킨다. 이 때문에 온도를 25℃ 안팎으로 낮춰주고 습도도 45% 수준으로 맞춰줘야 하는데, 여기에도 큰 에너지가 든다.

사실 서버 가동에 쓰는 전기는 줄일 방법이 없다. 에너지 비용을 줄이려면 열을 식히는 데 드는 전기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안된 게 외부의 찬 공기나 찬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온이 낮으면서 주변에 호수가 많은 춘천이 명당으로 떠오른 이유다. 냉각만 생각하면 북극이나 남극으로 옮기는 게 더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외부 공기 온도가 4℃ 이하이면 컴퓨터가 냉해를 입을 수 있다. 또 이런 극지는 전기와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공급받기도 쉽지 않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집중하는 글로벌 정보기술·인터넷 업체들은 냉각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센터를 바닷속에 두는 실험을 하고 있다. 원통형 컨테이너에 컴퓨터를 채워 봉인한 뒤 수심 9m 깊이의 바닷물 속에 담그는 것이다. 핀란드 하미나에 있는 구글 데이터센터는 바닷가에 자리잡고 깊은 바다의 찬 바닷물을 끌어다 냉매로 쓴다. 데이터센터의 컴퓨터 사이를 지나가게 설치된 파이프로 찬 바닷물을 통과시켜 열을 식히는 방식이다. 미국 뉴욕주에 있는 야후 데이터센터는 컴퓨터를 컨테이너 모양으로 만들어 노천에 두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삼성에스디에스 김민구 수석(공학박사)은 “전도성 없는 물이나 기름을 만들어 컴퓨터를 담그는 방식도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두 ‘전력효율지수’(PUE)를 낮추는 게 목표다. 컴퓨터가 직접 사용하는 전력량과 그밖의 용도로 소모되는 전력량을 비교해 보여주는 수치로, 1에 가까울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각의 전력효율지수는 1.05다. 각의 전체 전기 소모량 가운데 컴퓨터가 직접 쓰는 전력량이 95%이고, 냉각과 사무실 운영 등에 소모되는 것은 5%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구글 핀란드 바닷가 데이터센터 전력효율지수는 1.15~1.23, 야후의 뉴욕주 데이터센터는 1.08로 알려졌다. 이와 달리 서울과 부산 등에 있는 데이터센터들은 대부분 전력효율지수가 1.5를 넘고, 2에 육박하는 것들도 있다.

박원기 대표는 각의 효율적 전력관리에 대해 “과학을 총동원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해인사 장경각에 숨겨진 과학 원리를 찾아내 각에 적용했다. 각이란 이름도 장경각에서 따왔다. 먼저 호수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노출되는 벽면이 최대한 넓도록 건물을 설계했고, 햇빛 유입이 최소화하도록 차양막 크기와 각도를 정했다. 옥상에는 떼를 입혔다. 또한 호수 밑바닥의 찬물을 끌어와 냉각 효율을 높이고, 컴퓨터가 발생시키는 열을 근처 도로의 결빙을 막고 온수를 공급하는 용도로 재활용했다. 열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실내에 식물원까지 만들었다.

■ 그린피스, 데이터센터 입지에 영향력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이렇게까지 억척을 떠는 데는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인 그린피스의 압박 영향도 컸다. 그린피스는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에게 친환경·신재생 발전 전기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거대한 데이터센터를 운영해야 하는 기업들이 전기 공급자에게 친환경·신재생 발전 전기를 공급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란 얘기다. 실제 그린피스는 누리꾼과 투자자까지 앞세워 데이터센터를 압박하고 있다. 사업자를 고르고, 투자 대상을 정할 때 친환경·신재생 발전 전기 사용 여부를 살펴달라는 것이다. 이미 구글·페이스북·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은 그린피스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전기 공급 업체에 수력·풍력·태양광 발전 전기를 공급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네이버가 처음으로 그린피스의 제안을 수용했다. 각에서 친환경·신재생 발전 전기를 쓰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데이터센터 각이 춘천으로 간 까닭이기도 하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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