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오기?’
카이스트 교수 출신으로 티맥스소프트를 창업해 국내 벤처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에 도전하고 지금도 회사의 기술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박대연(60·사진) 티맥스소프트그룹 회장이 토종 피시(PC) 운영체제(OS) 개발에 다시 도전했다. 2009년의 실패 뒤 두 번째 도전이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산업 발전은 물론이고, 티맥스소프트가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으로 아이비엠과 오러클 등과 경쟁해온 것처럼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운영체제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게 재도전 배경”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박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티맥스오에스는 20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티맥스오에스 발표회’를 열어, 독자적으로 개발한 피시 운영체제 ‘티맥스오에스’를 공개했다. 발표회에선 오피스 프로그램 ‘티맥스오피스’와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투게이트’ 등 티맥스오에스용 응용소프트웨어도 선보였다. 티맥스오피스는 문서편집기 ‘투워드’, 프레젠테이션 도구 ‘투포인트’, 표계산 프로그램 ‘투셀’로 구성됐다. 티맥스오에스는 오류 검증 작업을 거쳐 오는 10월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개인 사용자용은 무료로 공급된다.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티맥스오에스(TmaxOS)’ 발표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학래 티맥스오에스 대표는 “7년 전 실패 경험이 있어 절치부심하는 심정으로 티맥스오에스를 개발했다. 이로써 미들웨어와 디비엠에스에 이어 운영체제까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3종의 기술력을 모두 갖추게 됐다. 특히 클라우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2009년에도 티맥스코어란 회사를 만들어 토종 운영체제 개발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시스템통합(SI) 사업의 부진으로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처지로 몰리면서 티맥스코어를 삼성에스디에스(SDS)에 매각해, 운영체제는 발표만 하고 출시는 못 했다. 티맥스코어(현재 에스코어)는 삼성에 인수된 뒤, 삼성전자의 모바일 운영체제 ‘타이젠’과 ‘바다’ 개발을 주도했다.
박 회장은 2009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기반의 운영체제 개발에 도전했으나, 이번에 발표한 티맥스오에스는 유닉스 기반이다. 티맥스오에스는 유닉스 기반으로 변경한 배경에 대해 “유닉스는 중심(커널)과 기능들이 분리되도록 설계돼 있어, 양쪽이 묶여 있는 형태의 윈도보다 안정성이나 확장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했다. 정보기술의 혁신을 위해서는 표준이 아닌 윈도가 세계 피시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부터 타개해야 한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티맥스오에스는 후발 운영체제라는 점을 의식한 듯 “윈도·안드로이드·아이오에스 등 앞서 출시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운영체제들과 호환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 운영체제 및 플랫폼 기반으로 만들어진 응용프로그램, 드라이버(주변기기 운영 프로그램), 모바일 앱, 3차원 그래픽 등을 모두 지원한다고 밝혔다. ‘시큐어 존’을 만들어 개인 용무와 회사 업무 공간을 분리하고, 인증받지 않은 앱이나 파일은 보안장치를 갖춘 영역에서만 실행되도록 하는 등 보안도 강화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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