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영희 부사장이 31일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새 스마트워치 ‘기어 S3'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31일 오후 6시(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템포드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스마트워치 신제품 ‘기어S3’를 공개했다. 스마트폰에 이어 손목시계 모양의 웨어러블 정보기기 ‘스마트워치’에서도 경쟁 업체들보다 신제품을 먼저 공개하며 선수를 친 셈이다. 기어S3는 기존 제품에 견줘 외형을 고급 손목시계처럼 디자인해 패션 기능을 강조하고, 스마트폰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대폭 더한 게 눈에 띈다. 몸체에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를 사용해 얼핏 보면 고급 금장시계 느낌이 나고, 화면과 테두리도 일반 시계와 같은 모습으로 디자인돼 있다.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고도·기압·속도계와 내장 스피커 등도 장착돼 있어 레저활동이나 운동 때 유용하다. 삼성전자는 피트니스, 음악, 뉴스, 여행 등 분야에서 사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이 1만여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워치의 가장 큰 한계로 꼽히던 배터리 사용 시간도 개선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근거리무선통신(NFC)과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을 지원하는 ‘삼성페이’(결제), 긴급상황 때 버튼을 세 번 누르면 구조요청이 이뤄지면서 현재 위치가 미리 등록된 가족이나 친구에게 전달되는 기능도 가졌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는 에이디티(ADT), 한국에선 에스원과 손잡고 기어S3의 긴급구조요청을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기어S3는 아웃도어형인 ‘프론티어’와 고급스런 감성의 ‘클래식’ 두 모델로 나왔다. 프론티어는 엘티이(LTE) 이동통신망을 지원해, 별도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다. 내장 스피커와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통화하고, 음악 감상과 문자메시지 사용이 가능하다. 야외활동이 많은 소비자를 겨냥한 점에 맞춰 시곗줄은 수분에 강한 실리콘을 썼다. 클래식은 테두리에 정교한 눈금을 새기고 금속 광택을 살렸다. 시곗줄은 가죽 질감의 소재를 사용했다. 취향에 맞춰 시곗줄을 바꿀 수도 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이영희 부사장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던 진정한 ‘시계다움’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첨단 기능의 웨어러블 스마트워치이면서 시계 본연의 디자인과 감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애플도 오는 7일 아이폰 신제품(일명 아이폰7)을 공개하면서 스마트워치 신제품 ‘애플워치2’도 함께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레노버·에이서 등 중국 업체들과 일본 소니 등도 2~7일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전시회(IFA)에 각각 스마트워치 신제품을 발표할 예정이다. 스마트워치 신제품은 미국 패션업체 파슬과 지피에스 전문업체 가민, 구글 등도 선보일 예정이다.
올 가을 ‘스마트워치 대전’이 예고된 셈이다. 각 업체들이 앞다퉈 내놓을 신제품에 어떤 새로운 기능이 담길지와 올해 들어 주춤거리고 있는 스마트워치 시장이 다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스마트워치는 아직 쓰임새가 제대로 찾아지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의 정보기기다. 30만~40만원대 가격이면서 기능은 몇만원짜리 ‘밴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배터리 수명과 작은 화면 등의 문제로 아직은 스마트폰의 보조기기로만 존재감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업체들은 패션 시계 기능을 강조하지만, 아날로그 시계와 달리 디지털기기는 고품격을 강조하는 데 한계가 있고, 자주 충전해야 하는 불편도 따른다.
이 때문에 시장이 성숙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이디시(IDC)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세계 스마트워치 출하량은 350만대로 지난해 2분기(510만대)에 견줘 31.4% 감소했다. 시장점유율 1위인 애플은 판매량이 360만대에서 160만대로 줄었다. 삼성전자는 판매량이 늘었다지만 60여만대에 그쳤다. 그나마 상당수는 다른 제품에 끼워주는 용도나 판촉용으로 공급됐다.
업계에선 스마트워치가 정보기기의 한 축으로 자리잡으려면 무엇보다 기능과 성능에서 혁신이 일어나 확실한 쓰임새가 개척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이디시는 세계적인 업체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워치 시장이 다시 확대돼 올해 4180만대를 기록하고, 2020년에는 1억1130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쓰임새 찾기가 이뤄지기 전에는 그 정도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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