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방통위·원안위 국외출장 보고서
458건 중 40건 표절…오탈자까지 ‘붕어빵’
458건 중 40건 표절…오탈자까지 ‘붕어빵’
미래창조과학부와 그 산하기관인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직원들이 2014년 12월6일부터 14일까지 독일과 프랑스 출장을 다녀온 뒤 각각 제출한 A4 32쪽짜리 출장보고서 내용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세 곳의 오탈자까지 같다. ‘막스 플랑크’를 ‘막스 플랑스’로 쓰고, ‘독립성은는~’으로 조사를 겹쳐 쓰고, ‘독일 내에서의의~’에서 ‘의’를 중복해 쓴 부분이 똑같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문미옥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하 공공기관들에서 제출받은 국외출장보고서를 대조한 결과, 전체 458건 중 40건이 표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중 차관·위원장·상임위원·국장급 등 고위 공무원이 동행한 출장 뒤 산하기관 보고서를 표절한 것이 13건이다.
미래부는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국외출장 443회를 다녀왔는데 20건의 보고서가 표절로 드러났고, 이 중 10건은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베낀 것으로 분석됐다. 방통위도 같은 기간 국외출장 101회를 다녀온 뒤 제출한 보고서에서 6건이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안위는 2012년부터 2016년 6월까지 국외 출장 127회를 다녀왔는데, 이 중 14건의 보고서가 표절로 확인됐다.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직원들이 같은 곳을 방문했으니까 보고서 내용이 비슷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각자 소속 부처와 기관에 작성자를 달리해 내는 보고서가 똑같은 것은 한쪽이 다른 쪽을 대놓고 베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표절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 보고서들은 부처와 산하기관 직원이 함께 출장을 다녀왔어도 서로 권한과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이 차별적이었다.
문 의원은 출장보고서 표절은 ‘을’의 입장인 산하기관 직원들이 보고서 작성을 도맡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공직자가 산하기관과 같은 ‘붕어빵 보고서’를 제출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