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그린피스 4개국 31개 기업 평가
삼성은 ‘D’, 네이버·카카오는 ‘C’, 구글·애플은 ‘A’
“한국 기업 ‘탄소 제로’ 경제 시대 부응 못해” 비판
강원도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삼성은 ‘D’, 네이버·카카오는 ‘C’, 구글·애플은 ‘A’
“한국 기업 ‘탄소 제로’ 경제 시대 부응 못해” 비판
강원도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데이터센터 건립 추진
국내 주요 통신·인터넷·정보기술(IT) 업체들의 데이터센터가 친환경 평가에서 대거 낙제점(F)을 받았다. ‘탄소 제로’ 경제 시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가 동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춘천에 재생가능에너지만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단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세계적인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미국·중국·한국·대만의 31개 기업이 운용·사용중인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수준을 평가해 담은 ‘2017 깨끗하게 클릭하세요’ 보고서를 내놨다. 이번 평가에선 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에스케이(SKC&C부문)·엘지씨엔에스(LG CNS)·네이트·11번가·인터파크·넥슨·뽐뿌·푹·지마켓·줌·쿠팡·다나와 등 국내 주요 통신·아이티·인터넷·온라인쇼핑몰·게임 업체 대다수가 낙제점을 받았다. 그린피스는 “대부분 재생가능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거나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에스디에스(SDS)는 재생가능에너지구매가 가능해지면 우선 구매하겠다는 내용을 사칙에 담았지만 공개적인 약속은 거부해 ‘D’를, 네이버는 데이터센터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누리집에 공개하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 확충을 위한 추가 조치는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C’를 받았다. 카카오는 빌려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운용업체에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 ‘C’를 받았다.
바이두·텐센트·위챗 등 중국의 주요 인터넷 업체들도 대거 낙제점을 받았다. 반면 애플·구글·페이스북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점수는 ‘A’로 평가됐다. 애플은 이미 전세계 데이터센터 운용에 사용되는 전력을 전량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고 있고, 구글은 내년까지 전세계 모든 데이터센터를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운용하겠다고 밝힌 점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저장·관리하는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꼽히고 있다. 전기 사용량이 폭증하고 있다. 이에 그린피스는 화석연료나 원자력에너지 대신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촉구하는 ‘쿨 아이티(Cool IT)’ 캠페인의 일환으로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정도를 평가해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평가 결과는 동일한 잣대로 4개국 기업들을 비교 평가한 게 특징이다. 그린피스는 “기업들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실적과 이행 약속, 정보 공개의 투명성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겼다”고 설명했다.
전세계적으로 ‘탄소 제로’ 경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 대형 다국적 기업 가운데 80곳 이상이 100%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을 약속했고, 일부는 협력업체에도 사용 전력의 일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미국의 대학 기금 등은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11월 전세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파리기후변화 협약’이 발효되면서 정부와 기업을 향한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가 동아시아에서는 최초로 100% 재생가능에너지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라고 밝혀 그린피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피에 따르면, 강원도는 수열과 수상태양광을 통해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를 춘천에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상태양광 설비는 200MW(메가와트) 규모로 아이티업체 5~6곳의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이현숙 선임캠페이너는 “그동안 국내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이 어렵다고 강조해온 국내 아이티 기업한테는 그들의 의지를 증명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선 우리나라의 전체 전력 사용량 가운데 재생가능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1%로 중국(5%)과 타이완(4.2%)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왔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에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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