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지난해 삼성전자 수원 본사 앞에서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친환경적 처리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그린피스 제공
삼성전자가 단종한 갤럭시노트7을 재활용해 판매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갤럭시노트7이 리콜되자 재활용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던 환경단체 ‘그린피스’ 쪽은 “폐기 대신 재활용을 택해 문제해결 노력을 보였다”고 평하면서도 “많은 모델을 자주 내놓는 스마트폰 사업 모델에 대한 검토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회수된 갤럭시노트7의 재활용과 폐기에 대해 세가지 친환경 처리 원칙을 확정했다”며 지난 27일 삼성전자 뉴스룸 누리집을 통해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을 먼저 ‘리퍼브폰(refurbished phone)’으로 만들어 판매 및 대여폰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리퍼브 제품은 반품이나 전시상품, 단종 상품 등을 새롭게 단장해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그외 재사용이 가능한 반도체, 카메라 모듈 등 부품을 추출해 판매 및 활용하고, 금속 물질을 추출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처리하겠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물질 재활용의 경우엔 희귀 금속인 구리·니켈·금·은 등을 추출한 뒤 친환경 재활용 업체를 통해 처리하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리퍼폰으로 쓰겠다는 원칙은 수립했으나 국가별 규제당국과 통신사업자간 협의가 필요하고 시장 수요를 고려해 판매 시장과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숙 그린피스 선임 IT 캠페이너는 “갤럭시노트7 문제는 기업이 너무 많은 신제품을 매해 출시하는 행태에서 시작됐다. 갤럭시노트7을 재활용하는데서 그치지 말고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순환 경제를 만들 것인지에 대해서도 삼성전자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을 단종시키기 전 내놓았던 블랙오닉스 제품.
그린피스는 전세계 주요 14개 IT 제조업체의 스마트폰·노트북·태블릿PC 등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이 수리를 원하는대로 할 수 있는지, 자원의 낭비를 막는 친환경적인 제품을 내놓고 있는지를 평가해 4월께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애플과 삼성 등 스마트폰 업체들은 1년에 1∼2차례씩 주요 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에게 스마트폰을 바꾸라고 광고한다. 이현숙 캠페이너는 “100만원을 주고 산 스마트폰의 평균 사용기간이 22개월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은 평생 할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업들이 제품을 파는데만 목적을 두지 않고, 오래 쓴 제품을 가져오더라도 새것처럼 쓸 수 있게 수리를 해주는 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