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길을 걷고 있는데, 대통령 후보 유세차량에서 요란한 음악과 알아듣기 힘든 구호가 들려온다. 옆에서 한 아이가 같이 걷던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저 사람 찍을 거야?” 아이 엄마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아이는 거짓과 주장이 난무하는 ‘탈진실의 시대’를 살아갈 지혜와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할 교육을 제시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던 것이 아닐까? 엄마의 침묵은 대통령 후보들이 던지는 알맹이 없는 교육정책 속에 ‘아이’와 ‘교육’은 없고 ‘공약’만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마이클 히긴스는 2011년 금융위기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던 아일랜드의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사회 위기의 원인과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찾기 위한 전국적 토론회를 여는 것이었다. 다양한 사회 주체가 참여한 토론회 결과의 하나로 아일랜드는 2013년 9월부터 학교 교육에 선택과목으로 철학을 도입했다. 히긴스는 “철학은 아이들이 더 복잡하고 상호 연결되어 불확실한 세상에서 자유롭고 책임있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의 하나”라고 보았다. 그는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 분노, 편견이 만연한 정치·사회 환경에서는 철학이 주는 비판적 능력을 어릴 때부터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히긴스는 검색이 해결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할 수 있는 능력을 아이들이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윤리적 파장은 무엇이고, 디지털 사회에서 부의 분배는 어떻게 이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다. 그것은 정보와 지식을 뛰어넘어 지혜와 가치, 공동체 의식의 교육을 의미한다.
히긴스 대통령과 아일랜드의 교육 실험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성과 길고 힘든 논의 과정을 통해 그런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통합의 리더십 때문이다. 아이의 질문에 침묵으로 답을 한 엄마의 아픔을 함께 나눌 그런 대통령을 볼 수 있을까?
이재포 협동조합 소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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