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홍보물. 하단에 ‘머슴을 빌려드립니디’라고 명시돼 있다. KT 새노조 제공
케이티(KT)가 홍보물을 만들면서 전화·초고속인터넷 설치·유지보수 기사들을 ‘머슴’으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사들이 “어떻게 머슴 취급을 할 수 있느냐”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3일 케이티 새노조에 따르면, 케이티는 초고속인터넷·전화 마케팅 홍보물을 만들어 마을·아파트 게시판 등에 붙이면서 설치·유지보수 기사들을 머슴이라고 표현했다. ‘가입하신 고객님 댁으로 머슴을 빌려드립니다’라는 표현과 함께 ‘인터넷 관련 전기선 정리와 몰딩 작업 등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다’고 적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초고속인터넷 설치기사들은 “케이티가 우리를 머슴 취급하고 있다는 거 아니냐”, “차별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머슴 취급이냐”며 반발하고 있다. 케이티 새노조 관계자는 “현장 기사들은 전화, 초고속인터넷, 인터넷텔레비전 설치와 관련한 업무 외에는 맡을 필요가 없는데 해당 문구는 관련 없는 업무도 기사들이 도맡는다는 식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회사에서 머슴을 보내준다고 하면 고객들이 설치기사를 머슴처럼 대하지 않겠냐. 윤리경영 차원에서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자들을 엄중 문책해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월 충북 충주에서는 인터넷 개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케이티 자회사 소속 설치기사가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며 흉기를 휘두른 가입자에 의해 숨진 사건이 일어났다. 케이티 새노조는 “설치기사들은 고객 집을 직접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늘 이런 위협에 노출돼 있다. 기사들을 머슴으로 표현하는 홍보문구가 현장 기사들의 노동환경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티는 이에 대해 “해당 홍보물은 판매점이 케이티 지점을 사칭해 만들어 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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