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지냄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지냄 사무실에서 블록체인 기반 여행예약 플랫폼 ‘디스커버엑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냄 제공
익스피디아·호텔스닷컴·트리바고, 부킹닷컴·아고다닷컴·카약·오픈테이블. 해외여행이 보편화하면서 한번쯤 사용해 봤음직한 온라인 여행예약 플랫폼들이다. 최근엔 국내여행자들도 이 플랫폼들을 많이 활용한다. 그러나 이 플랫폼들이 쉼표를 기준으로 같은 계열사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익스피디아 계열과 부킹홀딩스를 합친 온라인 여행예약 점유율은 전세계로는 66%, 미국 시장에선 95%에 달한다.
이 플랫폼들은 많게는 20% 남짓을 결제 수수료로 챙기고 있는데, 이 부담은 플랫폼에서 후기와 별점을 남긴 소비자들과 플랫폼 상위 노출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는 공급자(호텔 등 여행업체)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청년 스타트업 사업가가 있다. 한국 최초의 ‘게스트하우스’ 예약 플랫폼 스타트업인 ‘지냄’의 이준호(27) 대표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지냄’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식자재를 ‘산지직송’하는 것처럼 호텔예약도 안 되리라는 법은 없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글로벌 여행예약 플랫폼을 만들어 수수료를 낮추고 여행자·공급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생태계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과 3학년을 다니다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2014년 7월 지냄을 창업했다. 지냄은 게스트하우스 온라인 예약 플랫폼으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 이 대표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숙박형태가 게스트하우스인데, 이렇다 할 예약 플랫폼이 없었다”며 “사업계획서 한장 들고 서울 명동, 전주·제주·부산 등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을 찾아 영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처음에 ‘젊은 사장’의 제휴 요청에 반신반의했지만 이내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현재 제휴 게스트하우스는 1200여곳에 이르고, 여행예약 플랫폼 ‘야놀자’에 숙소 정보를 제공하는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여행예약 플랫폼 수수료가 통상 15%이고, 많은 곳은 20%나 된다. (검색 상위 노출을 위한) 광고비용까지 생각하면 공급자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더욱 많다”며 “블록체인의 ‘스마트컨트랙트’(계약 조건을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조건이 충족됐을 경우 자동으로 계약이 실행되게 하는 프로그램)를 활용하면 중개자가 필요 없어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환전 수수료 등의 비용도 절감된다”고 말했다.
이런 구상에 기반한 프로젝트가 ‘디스커버 엑스’다. 지난달 국내 호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구상을 설명하는 행사도 열었다. 최근엔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자금를 유치하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떠오르기 위해 해외 사업자들을 열심히 만나고 있다. “여행 플랫폼에 대한 문제점은 해외사업자들도 누구나 인식하고 있어 관심을 많이 보이더군요. 해외 여행업계와 블록체인 업계의 유력인사들도 어드바이저(자문)로 참여하고 있어요.” 반얀트리 호텔앤리조트의 공동창업자인 에드몬드 입과 글로벌 렌트카 업체 허츠의 아시아·일본 전 부사장이었던 순화 웡이 디스커버 엑스의 어드바이저로 이름을 올렸다.
지냄이 지난달 에스케이(SK)플래닛의 여행 후기서비스 플랫폼 ‘볼로’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지냄의 볼로 인수는 스타트업의 대기업 서비스 인수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볼로에는 수년간 쌓인 여행후기가 있고, 월 평균 이용자도 50만명이나 돼 가능성이 있다고 봤어요. 좋은 콘텐츠를 위한 가장 좋은 동기부여는 ‘보상’으로, 블록체인의 ‘토큰’ 이코노미를 활용해 좋은 콘텐츠 제작자와 가짜 콘텐츠를 감별해주는 이용자에게 보상을 한다면 건전한 여행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