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을지로 에스케이텔레콤(SKT) 본사에서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왼쪽)과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가 ‘맵·내비게이션'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한 조인트벤처 ‘그랩 지오 홀딩스' 설립 협약을 체결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에스케이텔레콤(SKT)의 티(T)맵이 세계 3위 모빌리티 플랫폼인 ‘그랩’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그랩과 함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티맵 기반의 그랩 운전자용 내비게이션을 만들 계획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 30일 서울 을지로 에스케이텔레콤 본사에서 박정호 사장과 그랩의 앤서니 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가 참석한 가운데 ‘그랩 지오 홀딩스’ 설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그랩 쪽에서 최고경영자를, 에스케이텔레콤에서 최고기술경영자를 맡기도 했다. 구체적인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그랩의 지분이 더 많다.
그랩 지오 홀딩스는 오는 3월까지 싱가포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티맵 기반의 그랩 운전자용 내비게이션을 만들고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나머지 동남아 지역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그랩이 지도와 운행데이터를 대고, 에스케이텔레콤이 내비게이션 제작 기술과 빅데이터 알고리즘, 초정밀 위치 측위 솔루션 등 기술력과 인프라를 댄다.
2012년 설립된 그랩은 동남아 8개국 336개 도시에서 택시·자가용·리무진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남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다. 모바일 앱 다운로드 기준 1억3500만건으로 중국의 디디추싱과 우버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은 그랩이 에스케이텔레콤에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그랩은 그동안 구글의 지도플랫폼을 사용해왔는데, 모빌리티 서비스에 기반해 음식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그랩이 에스케이텔레콤과의 협력해 만든 독자적인 지도·내비서비스를 바탕으로 구글 종속성을 줄여나가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새로운 먹거리로 삼고, 에스케이 주식회사가 그랩에 투자하기도 했던 에스케이텔레콤 입장서는 좁은 국내 시장에서의 사업기회를 더욱 모색하기보다는 기술인프라를 바탕으로 해외로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그랩의 모빌리티 서비스와 조인트벤처의 맵·내비게이션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동남아에서 새로운 비투비(B2B) 사업을 발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은 “이번 조인트벤처의 설립은 동남아 지역의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 방식에 큰 임팩트와 변화를 주는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고,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는 “그랩은 매일 동아시아에서 새로 생기는 도로를 추가하는 등 지역특화(Hyper Local)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며 “에스케이텔레콤의 지도·내비게이션 기술과 그랩의 지역 데이터의 결합은 이 같은 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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