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열린 에스케이텔레콤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정호 사장이 주주들에게 2019년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에스케이텔레콤(SKT)이 26일 오전 서울 을지로 사옥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철저한 통제 상태에서 안건 상정·처리에 급급해하는 다른 기업의 주총과 달리, 이날 에스케이텔레콤 주총은 ‘사업설명회’나 ‘기자간담회’ 형식에 가깝게 진행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은 이날 10시5분 주총 개회를 선언하면서 “오늘 주총에는 의사봉이 없다. 권위주의 분위기를 배제하고 주주들과 소통 시간을 갖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박 사장이 25분에 걸쳐 주요 사업 전략을 설명했고, 유영상 엠엔오(MNO)사업부장·윤원영 미디어사업부장·최진환 보안사업부장·이상호 커머스사업부장 등 주요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사업부장 4명이 각각 5~10분씩 상세 전략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이날 80분가량 주총 중 50분 정도가 박 사장의 사업전략 설명과 사업부장들의 프리젠테이션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뒤에는 주주들이 사업전략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순서였다. 박 사장은 중간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주주의 질문에 “철저히 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다. 하이닉스 주식 30%의 재원 마련에 대한 완벽한 계획이 서야 한다. 뭔가를 우려해서가 아니고 시장도 구성원 논의도 호의적으로 가고 있다. 다만, 올해 한다는 100% 보장은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진 안건 상정과 처리는 일사불란하고 신속하게 이뤄졌다. 주총장서 흔히 볼 수 있는 고함과 야유는 없었다. 안건 통과는 주주들의 박수로 의사봉 두드리는 것을 대신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날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새로 선임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 시절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외화자금과장을 지냈고, 이후 금융정책국장과 재경부 제1차관을 거쳐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김 전 위원장이 현 정부에 지분을 갖고 있고, 차기 경제부총리로 발탁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금융 전문가로서 자사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영입했다”고 강조했다.
주주들 반응도 좋았다. 한 개인 주주는 질문 기회를 얻어 “주주들은 박 사장을 시장친화적 경영자로 본다. 올해 말까지 임기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감동을 줬다”고 답했다. 하형일 코퍼레이트디벨롭먼트 센터장은 주총 형식을 바꾼데 대해 “주주 친화 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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