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오른쪽)이 모빌리티 스타트업 ‘코드42’의 송창현 대표(왼쪽)가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스타트업 지분투자 방식으로 국내외 모빌리티 플랫폼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보다 뒤늦은 출발이다. 국내 1위 완성차업체의 본격적인 모빌리티 플랫폼 투자가 어떤 효과를 낳을지 눈길이 쏠린다.
현대차는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 ‘코드42’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에 나선다고 15일 밝혔다. 코드42는 현대차와 함께 다양한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하나로 통합해 차량호출·차량공유·자율주행택시·스마트물류·음식배달 등을 아우르는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Urban Mobility Operating System)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 적용할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개발에도 두 회사가 협력하기로 했다.
도심형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개념도. 코드42 제공
이번 투자는 늦은 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을 직접 설립하거나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왔다.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차량을 호출할 수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의 등장으로 차량 소유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어서다. 완성차업체에겐 위기다. 특히 자율주행이 보편화될 경우, 이용자 데이터와 플랫폼이 없는 완성차업체는 플랫폼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된다.
현대차도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에 소극적으로나마 관심을 보여오긴 했다. 한국에서는 2017년 카풀 스타트업 ‘럭시’에 투자했으나 택시업계 반발 등으로 지분을 카카오모빌리티에 넘겼다. 동남아시아 ‘그랩’이나 인도 ‘올라’ 등 승차공유 플랫폼에도 현대차가 투자하고 있지만 다수 글로벌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어서 독점적 기술·데이터 확보의 수단이 되기는 어렵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송창현 대표와 손잡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현대차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해왔다. 송 대표는 네이버에서 정밀지도·자율주행·인공지능 등의 기술 개발을 총괄해오다 지난 1월 퇴사한 뒤 3월 코드42를 설립했다.
차량공유와 차량호출 서비스 개발, 카포테인먼트와 커넥티드카 등 코드42의 주요 사업영역을 보면, 현대차판 ‘우버’와 같은 차량 호출앱도 개발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승차공유가 허용되지 않은 터라, 현대차와 코드42는 쏘카·그린카와 같은 차량공유나 택시 호출 플랫폼 등에 진출하지 않겠냐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 제작 차량과 커넥티드카 기술에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해 수집되는 데이터를 결합하여 발전시키는 것이 두 회사가 손잡은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한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스타트업이나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플랫폼 사업에 진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외에서 현대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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