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주는 공시지원금이 줄고 스마트폰 제조사 마케팅은 늘면서 ‘자급제’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동통신사를 통하지 않고도 가격 할인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가 4·5세대(5G)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협력관계였던 스마트폰 제조사-통신사 관계가 서로 경쟁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자급제 스마트폰이란 이동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가 직접 구입할 수 있는 기기다. 기기에 맞는 유심(USIM)칩만 사서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약정 기간과 요금제를 소비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한국은 통신사 마케팅 효과에 밀려 국내 시장 비중이 약 10%에 그쳤다. 올해는 통신 3사가 과도한 마케팅비를 지출하지 않기로 한 데다 4·5세대(G) 이동통신망용 알뜰폰 유심도 나오면서 자급제 시장이 다시 주목받았다.
실제로 지난 20일 이동통신3사가 발표한 갤럭시S20 공시지원금(특정 기간 서비스 사용을 조건으로 주는 기기할인금)은 8만∼24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갤럭시S10에 약 46만∼72만원을 지원했던 것과 견줘 절반가량 줄었다. 대리·판매점 불법 보조금을 염두에 두더라도 기기 구입에 약 100만원이 들고 여기에 다시 월 5%대 할부수수료도 붙는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스마트폰을 살 경우 통신사 선택약정할인(특정 기간 가입 유지를 조건으로 월 요금 25% 할인)을 받거나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갤럭시S20 공시지원금이 가장 많은 케이티를 기준으로 보면 월 13만원 5G 요금제(슈퍼플랜 프리미엄 플러스)를 2년 간 쓴다고 할 때, 요금 할인폭(78만원)이 기기 할인폭(24만3천원)보다 크다. 월 8만원 이하인 알뜰폰 서비스에 가입하면 할인폭이 더 커진다. 최근 갤럭시S20을 산 소비자들이 ‘클리앙’ 등 스마트폰 커뮤니티에서 자급제 폰 구입을 추천한 이유다.
스마트폰 제조사도 적극적으로 자급제 스마트폰을 홍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동통신3사가 올해 사전판매기간을 1주일로 단축하자 이보다 앞선 지난 14일부터 자사 판매 채널과 쇼핑몰을 통해 자급제 스마트폰을 홍보하고 있다. 통신사 홍보 효과에 기대 온 스마트폰 제조사가 직접 플래그십 스마트폰 홍보에 나선 건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자유로운 약정 기간 등을 자급제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알뜰폰 시장 확대도 자급제 폰 시장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케이티와 엘지유플러스는 올해 알뜰폰 5G 망 임대 단가를 기존 요금 단가의 75%에서 66% 선까지 추가 인하하기로 했다. 에스케이텔레콤도 알뜰폰 사업자에 5G 망을 임대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통신3사 요금제보다 저렴한 알뜰폰 5G 요금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김연학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이통사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자급제 시장이 성장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공시지원금 규모와 자급제 폰이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된다면 소비자들은 더 넓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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