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뿐만 아니라 영화, 책까지 확장하고 있는 구독 서비스의 수익 배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음원 시장에 불어닥친 ‘음원 사재기’ 논란은 불공정한 수익 배분이 음원 시장의 건강성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 사례다. 일정 기간 정액을 내고 콘텐츠를 무한 즐길 수 있는 구독서비스는, 플랫폼 업체나 콘텐츠 영역별로 수익 배분 방식이 다양하다. 때로는 저작권자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영상 구독서비스(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의 수익 배분 방식은 상당히 다르다. 왓챠의 기본 방식은 시청시간을 기준으로 한 구독료 배분(비례배분제)이다. 시청자 수보다 시청시간이 많을수록 저작권자의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재생 횟수에 비례에 수익을 나누는 멜론 등 음원 구독서비스 업체가 채택한 방식과 같다.
다만 음원 구독서비스에서 나타난 ‘음원 사재기’(더 많은 수익을 위해 고의로 음원 재생 횟수를 늘리는 방식) 같은 현상은 빚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왓챠는 순위 차트가 아닌 추천 방식으로 콘텐츠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영상 콘텐츠는 구독 서비스가 핵심 유통 채널이 아닌 것도 비례배분제의 단점이 덜 부각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왓챠 관계자는 “오티티(OTT)가 서비스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이미 영화관이나 아이피티브이(IPTV) 등에서 한 차례 소비가 끝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또 영화관에서 보기에 망설여졌던 작품들을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터라 독립 영화가 의외의 성과를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시청시간이나 횟수를 따지지 않는다. 넷플릭스 쪽은 “처음 판권 계약을 할 때 정산을 마치고, 시청량을 토대로 한 추가 정산은 없다”고 밝혔다. 한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영화계에선 구독서비스는 부차적인 수익원인 터라 정산 문제가 크게 불거진 사례는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구독서비스 영향력이 더 향상되면 판권료 산정이나 추가 정산을 놓고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책 대여 업체인 밀리의서재도 출판사들과 수익 배분 방식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회사는 다운로드 횟수에 비례해 수익을 배분하는데, 정산은 다운로드가 25회 일어날 때마다 한다. 처음 발생한 다운로드 건에 대해 한 번 정산을 받은 다음에는 이용자들이 책을 26번 다운로드 받을 때까지 저작권료를 받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박용수 한국출판문화협회 상무는 “밀리의 서재는 첫달 무료 서비스를 하며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 일부를 25회 주기 정산 방식을 활용해 출판사에 전가하고 있다”며 “이런 유형의 서비스가 늘어날 경우 책 구매 수요 자체를 떨어뜨려 전반적인 출판 시장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판업계는 밀리의서재가 운영하는 첫달 무료 서비스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1만원을 내고 책을 무제한으로 보면 ‘도서정가제’에 어긋나는 할인 혜택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자출판물 정가제 시행지침을 통해 “도서정가제는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적용되므로, 일정 기간 전자출판물을 빌려주는 대여를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는 도서정가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밀리의서재의 서비스는 도서정가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출판계가 특별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출판계 쪽은 “해당 시행지침은 2012년에 만들어진 것이고 전자책 구독서비스는 그 이후에 나온 것이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밀리의서재뿐만 아니라 전자책 서비스를 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도 마찬가지다. 플랫폼들이 도서정가제라는 규칙을 잘 지키며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이쪽의 마케팅과 프로모션이 필요한 면도 있어서 협력할 필요도 있어서 플랫폼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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