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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넥슨, ‘던파 모바일’ 개발팀 서울로…왜 하필 지금?

등록 2020-06-21 13:46수정 2020-06-22 16:16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휴가비 500만원·전세금 4억원 무이자 대출
공채 진행하며 ‘신도 부러워할’ 복지 공개
업계 “법인세 감면 혜택 끝나자…” 지적 눈길
네오플, 2014년 서울서 제주도로 본사 이전
5년간은 법인세 전액·이후 2년은 50% 감면
네오플 제주도 사옥 모습. 넥슨 제공
네오플 제주도 사옥 모습. 넥슨 제공

제주도 근무자는 89㎡(기혼자는 105㎡) 크기 아파트 제공, 서울 근무자는 최대 4억원까지 전세자금 무이자 대출 지원, 제주도 근무자가 서울로 이전하면 이사비 전액과 500만원의 지원금을 주는 동시에 자녀 100% 회사 어린이집 수용, 3년마다 500만원의 휴가비와 함께 20일의 리프레시 휴가 제공, 국내 최고 수준의 어린이집 운영….

올해로 15년째 장기 흥행 중인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던전앤파이터’(이하 던파) 개발업체 네오플이 최근 신입·경력사원 공채 계획과 함께 이런 내용의 직원 복지 제도를 공개했다. 그동안 인터넷·게임 업계 대기업들의 직원 복지가 ‘신도 부러워할’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며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사 왔지만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네오플이 처음이다.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오플은 일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넥슨의 한국법인인 넥슨코리아의 자회사다. 게임 개발이 전문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대표로 있는 엔엑스씨(NXC·넥슨 지주회사) 쪽에서는 증손회사 뻘이다. 허민 위메프 창업자 겸 넥슨 고문이 2001년 네오플을 창업해 2005년 던파를 내놨고, 2008년 넥슨에 매각했다. 던파는 지금도 넥슨의 캐시카우(현금창구)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1397억원의 매출을 올려 1조36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넥슨에 빌려준 자금만도 1조6961억원에 이른다.

네오플은 올 여름 ‘던파 모바일’을 출시할 예정이다. 게임사업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고 벼른다. 던파 모바일은 온라인게임 던파를 모바일게임으로 리메이크한 것으로, 사드 사태 전에 중국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를 받아둔 상태이다. 2005년 출시된 온라인게임 던파는 세계 이용자 7억여명, 중국 최고 동시 접속자 500만명 등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 중이다. 지난해 네오플 매출 가운데 92%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던파 모바일 역시 출시 즉시 중국 던파 이용자들을 기반으로 ‘대박’이 예약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던파 모바일 사전 예약자만도 4200만명에 이른다.

넥슨코리아는 올해 던파 모바일 출시를 앞두고, 지난해 9월 ‘던파의 아버지’ 허민 원더홀딩스(위메프 지주회사) 대표를 고문으로 전격 영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가 침체에 빠진 넥슨의 게임사업을 되살리는 동시에 던파 모바일로 게임의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허 고문을 전격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허 고문은 던파 모바일을 포함해 넥슨의 게임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엔엑스씨(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넥슨 제공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엔엑스씨(NXC·넥슨 지주회사) 대표. 넥슨 제공

‘던전 앤 파이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민 원도홀딩스(위메프 지주회사) 대표 겸 넥슨 고문. 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던전 앤 파이터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민 원도홀딩스(위메프 지주회사) 대표 겸 넥슨 고문. 네이버 이미지 갈무리

네오플은 올 초 170명 규모의 던파 모바일 개발팀을 서울로 이전하는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사무실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네오플은 던파 모바일 개발진을 300여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게임 기획, 프로그래밍, 그래픽, 기술 지원, 해외사업, 멀티미디어, 경영지원, 웹 등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모집한다. 넥슨컴퍼니 채용 누리집(career.nexon.com)를 통해 7월3일까지 지원서를 받는다.

복지 제도 전격 공개는 이번 공채에서 유능한 개발자들을 뽑아 던파 모바일을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넥슨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직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제주도 본사에서 일하는 다른 지역 출신 미혼 직원에게는 89㎡, 기혼 직원에게는 105㎡ 규모의 아파트를 사택으로 제공한다. 다른 주거지를 선호하면 동일 크기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주거비(전세 보증금 등)를 지원한다. 더불어 국내 최고 수준의 어린이집도 제공된다. 제주도에 근무하는 네오플 직원들이 최고의 복지로 꼽는 어린이집 ‘도토리소풍 제주원’(실내 700평·실외 1200평)은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하는 아동 중심의 자연친화 어린이집’으로 인정받아 직장보육지원센터 우수보육 프로그램 공모전에서 ‘공간환경디자인 분야’ 대상을 수상했다. 사택 등 주요 직원 숙소와 회사 사이에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사내 식당에선 점심과 저녁이 무료로 제공된다. 상해보험 제도를 제공해 직원들과 가족들이 사고·재해·질병에 대비할 수 있게 하고, 리프레시를 위해 서핑과 낚시 등 취미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동호회 활동비도 지원된다. 3년마다 최대 20일의 휴가와 최대 500만 원의 휴가비를 지급하는 리프레시 휴가 제도도 운영 중이다.

네오플 송재덕 인사팀장은 “네오플은 “네오플은 ‘멋진 사람들이 멋진 것을 만들어 낸다’는 믿음 아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회사다. 네오플과 함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인재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 쪽에선 네오플의 던파 모바일 개발팀 서울 이전 소식을 두고 곱잖은 뒷말도 나온다. 네오플 본사는 서울에 있다가 2014년 제주도로 이전했다. 당시 네오플의 제주도 이전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는데, 조세특례제한 제도 관련 감사원 감사에서 제도의 효과를 떨어트리는 곳 가운데 하나로 엔엑스씨가 지목된 것으로 알려진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엔엑스씨는 2013년 본사를 제주도로 옮겼다.

넥슨 출신으로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감사원 감사에서 엔엑스씨가 본사를 제주도로 옮겨 연간 수백억원의 법인세를 감면받는 것에 견줘, 엔엑스씨 직원은 컴퓨터박물관까지 합쳐도 수십명에 불과해 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네오플의 제주도 이전이 전격 결정된 것으로 안다. 마땅한 규모의 사무실을 찾느라 고생했다”고 말했다. 당시 400여명 규모의 네오플을 제주도로 이전해, 엔엑스씨에 대한 곱잖은 시선을 희석시켰다는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조세특례제한 제도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서울·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본사나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법인세를 감면해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제63조의2(법인의 공장 및 본사를 수도권 밖으로 이전하는 경우 법인세 등 감면)을 보면, 본사 및 공장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전일이 속한 과세 연도와 이후 4년까지는 법인세를 100%, 그 다음 2년간은 50% 감면받는다. 엔엑스씨·네오플·카카오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해 법인세를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씩 감면받았거나 감면받고 있다.

네오플이 대표적인 신입·경력 공채 계획을 발표하며 공개한 직원 복지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어린이집 ‘도토리풍’ 제주원 모습. 넥슨 제공
네오플이 대표적인 신입·경력 공채 계획을 발표하며 공개한 직원 복지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어린이집 ‘도토리풍’ 제주원 모습. 넥슨 제공

한 게임업체 세무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법인세는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의 27% 수준으로 산정된다”며 “엔엑스씨와 네오플이 본사를 제주도로 옮겨 감면받은 법인세액을 합치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엔엑스씨의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2013년 1170억원, 2014년 2483억원, 2015년 1968억원, 2016년 1798억원, 2017년 4712억원, 2018년 2071억원, 2019년 1449억원에 달했다. 네오플은 2015년 5477억원, 2016년 7150억원, 2017년 8760억원, 2018년 1조3850억원, 2019년 1조3141억원에 이른다.

네오플의 제주도 이전일이 2015년(법인세 감면 첫 해)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업체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는 기간은 내년으로 끝난다. 지난해까지는 100% 감면받았고, 올해와 내년은 50%만 감면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세 감면 조건에는 임직원들이 모두 본사를 따라 거주지를 이전해야 하고, 이주 3년 동안은 돌아가면 안된다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네오플의 경우, 조세특례제한 제도를 활용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챙긴 뒤 감면 충족 조건 기간이 끝나자 신규 인력 수요가 큰 던파 모바일 개발팀을 선두로 서울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불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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