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운행을 멈춘 타다 승합차가 주차돼있다. 연합뉴스
11인승 카니발 렌터카에 기사를 알선하는 ‘타다 베이직’을 종료한 타다가 가맹택시에 뛰어든다. 호출중개와 더불어 카카오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맹택시 시장에 172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한 타다가 뛰어들면 유의미한 변화을 불러올 수도 있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말 걸지 않기 등 타다가 주장하는 ‘이동의 기본’이 택시에서도 구현될지는 앞으로 타다가 풀어가야 할 과제다.
■시동 꺼진 타다, 가맹택시로 부활하나
28일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을 보면,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는 지난 17일 공정위에 가맹사업 정보공개서를 제출했다. 정보공개서는 가맹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 등 정보와 가맹본부 임원의 법 위반 사실 등을 담아 작성한 문서로, 가맹을 희망하는 사업자들이 공정위나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등록해야 하는 서류다. 타다 쪽은 “택시업계의 요청을 받고 가맹택시 사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며 “올해 안에 가맹택시를 출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타다는 지난 3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11인승 카니발 승합차를 활용한 ‘타다 베이직’이 법으로 제한되자, 한달 만인 지난 4월11일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후 200대 규모로 운영 중인 고급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과 여객법 개정안 통과 이후에도 11인승 카니발로 서비스가 가능한 ‘타다 에어’ 등만 유지해왔다.
■“택시는 안한다”던 타다, 방향 튼 이유는?
타다가 가맹택시에 뛰어든 이유는 두 가지다. 카카오의 독주를 막아달라는 택시기사들의 요청이 있었고 타다가 현재 200여대 규모로 운영 중인 타다 프리미엄을 통해서 ‘타다표 이동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타다 베이직이 운영되는 내내 타다와 대립각을 세웠지만, 베이직 종료 이후부터는 가맹택시 규모를 급속도로 늘려가던 카카오로 공격 지점을 옮겼다. 타다와 가맹사업을 논의 중인 법인택시 쪽은 “경쟁이 없는 독점에 가까운 시장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오길 바라던 차”라며 “업계와 마찰을 빚어온 타다 베이직도 종료했기 때문에 타다의 가맹 사업 진출을 꺼릴 이유는 이제 없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로 위생 등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타다 프리미엄 호출 건수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타다 관계자는 “프리미엄은 소수의 고급택시로 운영되기 때문에 공급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운영하면서 타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크다고 판단해 우리나라 택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형택시를 활용한 서비스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4월30일 기준으로 전국 택시 24만1780대 중 고급택시는 860대, 중형택시는 23만8410대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하면서 모은 172만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전국 택시의 98%인 중형택시로 가맹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타다의 계산인 셈이다.
■타다의 성공, 택시에도 먹힐까?
타다 가맹택시의 성패는 서비스 품질에 달렸다. 현재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케이에스티(KST)모빌리티가 각각 1만여대 규모로 ‘카카오T블루’, ‘마카롱택시’라는 가맹택시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타다 베이직만큼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타다 쪽도 “차별화 포인트를 고민 중이지만 결국 이용자들의 기대는 ‘이동의 기본’에 집중해달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수많은 법인택시 회사에 각기 다르게 소속된 택시기사들에게 어느 정도로 이식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타다 베이직이 초점을 맞췄던 말 걸지 않고 쾌적한 서비스를 택시에서도 구현하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전제로 말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타다까지 가맹택시에 뛰어들겠다고 한 것은 가맹택시를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먹혀든 것이라고 본다”며 “타다가 참여하면서 가맹택시가 다양해지는 기대감도 들지만 기사포함 렌터카와 택시는 너무나 다른 생태계이기 때문에 타다 베이직을 성공시킨 방식이 택시에도 통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