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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네이버·카카오·네이트, 댓글 창 열 때 ‘악플’ 부작용 예상못했을까

등록 2020-08-11 16:17수정 2020-08-12 10:27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극단적 선택’ 뒤 댓글 창 닫기 반복
‘몰랐나’ ‘효과 중시해 외면했나’ 의문
“극단적 선택 방조 책임 자유롭지 못해”
포털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 일축
이메일 광고 땐 ‘스팸메일’ 부작용 알아
시민단체 “데이터 3법, 더 큰 부작용 잉태”
그래픽_고윤결
그래픽_고윤결

네이버·카카오(다음)·네이트 등 포털 3사가 일제히 스포츠뉴스 난의 댓글 창을 닫거나 닫기로 했다. 지난 7월31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진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생전에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나온 대응 조처다. ‘잠정’이란 전제를 달았으나, 업계에선 “다시 열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 쪽은 지난 7일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스포츠뉴스 난 댓글 서비스 잠정 중단 사실을 알리며 “그동안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전·사후적으로 악성 댓글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발전시켜왔지만, 선수들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이 꾸준히 생성됐다. 악성 댓글의 수위와 그로 인해 상처받는 선수들의 고통이 간과할 수준을 넘는다는 판단에 따라 잠정 폐지한다”고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댓글 서비스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다. 네이버 제공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열어 댓글 서비스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다. 네이버 제공

같은 날 카카오도 보도자료를 내어 “건강한 소통과 공론을 위한 장을 마련한다는 댓글 본연의 취지와 달리, 스포츠 뉴스 댓글에서는 특정 선수·팀·지역을 비하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악성 댓글이 지속해서 발생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그간의 고민과 준비를 바탕으로 스포츠 뉴스 댓글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네이트 역시 “그간 노력에도 최근 댓글의 부작용에 따른 일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있다. 연예뉴스 댓글에 이어 스포츠뉴스 댓글 또한 잠정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앞서 포털들은 연예뉴스 난의 댓글 창을 닫았다. 지난해 가수 설리씨와 구하라씨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인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네이버는 올 3월, 네이트는 7월에 각각 닫았다. 악성 댓글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커지면 포털들이 “사회적 책임”을 이유로 댓글 창을 닫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포털 사업자가 ‘부작용 재발 방지’를 명분으로 스스로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을 뭐라 하긴 어렵다. 다만 한두가지 의문은 있다. 먼저 ‘포털 사업자들은 뉴스 난에 댓글 창을 열 때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을 분석했을텐데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내다보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둘째는 ‘댓글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극단적 선택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조처를 취하지 못했을까’다.

<한겨레> 아카이브에 따르면, 포털들이 뉴스 난에 댓글 창을 연 것은 2003년쯤이다. 당시 포털들은 ‘공론의 장’와 ‘표현의 자유’ 확대를 강조하며 앞다퉈 뉴스에 댓글을 달게 했다. 이런 경쟁이 ‘아고라’(다음)라고 하는, 포털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포털 내부적으로는 악성 댓글과 댓글 순위 조작 같은 부작용이 발생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도 예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댓글 창은 인터넷 서비스 초기 카페와 게시판 등에서 먼저 열렸고, 이미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지만 ‘댓글이 이용자의 체류시간과 접속 횟수를 늘려줄 수 있다’는 마케팅적 효과에 더 끌렸을 수 있다. 극단적 선택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부작용을 ‘노이즈’ 정도로 간주했을 수도 있다. 더욱이 마케팅 측면에서는 노이즈가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내 나쁘지 않다고 포털 사업자들은 여긴 듯 하다.

사실 포털 사업자들은 댓글의 부작용을 꼼꼼하게 예상해, 댓글 창을 열 때 부작용을 해소하거나 최소화하는 노력과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욕과 비방 등 악성 댓글을 걸러내고, 캠페인 등을 통해 댓글이 순기능을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하지만 포털들은 댓글 창을 연 뒤 땜질 대응만 해왔다. 그나마도 시늉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다. “포털들이 극단적 선택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포털들은 이런 지적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손사래를 친다. 한 대형 포털업체 관계자는 “서비스를 내놓을 때 부작용을 예상하고 대비도 해야 한다고 하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라고 발끈했다. 다른 포털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문제인데, 왜 포털한테 책임을 묻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선례도 있다. 2000년대 초반 정부가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도 광고 이메일을 보낼 수 있게 허용할 때다. 당시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 마케팅 비용 부담 완화’와 ‘포털산업 육성’과 같은 긍정적 효과와 함께 ‘스팸메일 양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시민단체 쪽도 ‘수신자의 사전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옵트인 방식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통부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일단 모두에게 보낼 수 있게(옵트아웃) 하되 수신거부 창을 두어 수신자가 거부할 수 있게 했다. 당시 담당국장은 ‘남의 이메일 계정으로 광고 전단지를 막 밀어넣을 수 있게 하는 것 아니냐’는 <한겨레> 지적에 “옵트인 방식으로 하면 이메일 마케팅을 허용한 효과가 반감된다. 부작용이 커지면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쪽에서는 “스팸메일과 악성 댓글 같은 부작용이 또 잉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효과’에 집착해 ‘개인정보 침해’ 등 뻔히 예상되는 부작용을 외면하면서 기업들의 고객 개인정보 활용 문턱을 낮추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시민단체 쪽의 반대에도 국회를 통과했고, 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 작업 역시 기업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기업의 개인정보 도둑질을 허용하는 것”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스팸메일의 부작용은 이용자들이 불편하다는 것이었지만, 댓글의 부작용은 극단적 선택을 부르고 있다. 4차산업혁명을 앞당기겠다고 개인정보 보호 문턱을 낮추면, 더 심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한 시민단체 대표 말이다. 유명 작가 유발 하라리도 코로나19 대응을 이유로 개인정보 보호 벽이 헐리는 모습을 보며 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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