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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습관성형’ 다노 이지수 “갱년기도 함께하는 동반자 될래요”

등록 2020-08-18 11:10수정 2020-08-18 13:33

[최민영의 혁신 탐구생활]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지수(30) 다노 공동대표는 오는 10월 출산을 앞두고 근력운동을 부쩍 하고 있다. 칼로리 섭취는 300㎉만 늘렸다. 가벼운 간식을 한 번 더 먹는 정도다. “임신에 대한 통념처럼, 몸 조심을 위해 운동을 줄이고 먹고싶은 음식은 마음 편히 다 먹어도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산모와 아기 둘 다 건강하려면 영양 구성을 철저히 지킨 식사를 해야 하고, 출산 후 많은 여성들이 호소하는 팔목 통증을 줄이려면 근력 운동도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다이어트처럼 임신도 바로잡을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임신을 하고서야 알았어요.”

2013년 7월 시작한 다노는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는 이 대표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만든 ‘토탈 다이어트 솔루션’ 기업이다. 지금까지 ‘마이 다노’에서 운동한 누적 수강생은 15만명이 넘는다. “무작정 굶지 말고, 남들 시선도 신경쓰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다이어트를 하자”는 이 대표 메시지에 2030 여성들이 공감했다. 2017년 출간한 ‘습관 성형’은 주요 서점에서 건강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염리동 다노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다이어트 뿐만 아니라 생애주기에 걸친 건강관리 서비스로 다노를 확장하고 싶다”는 또 다른 꿈을 밝혔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가 펼쳐지면서 겪은 경험을 새 사업으로 만들고 싶다는 사업가 이지수의 새 목표였다.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해외취업 5개년 계획 버리고, 직접 회사를 차렸습니다” 이 대표는 대학(연세대, 실내건축학· 경영학 전공) 시절 ‘마음에 콕 찍어둔’ 가고 싶은 회사가 있었다. 미국의 디자인 컨설팅사 아이디오(IDEO)이다. 이 회사 입사를 위해 ‘취준(취업준비) 5개년 계획’도 세웠다.

“학부 1학년 수업시간에 아이디오 직원들의 ‘쇼핑카트 개선 프로젝트’ 영상을 봤어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밌어보였죠. 하지만 제가 아이디오에 도전하려면 디자인스쿨을 졸업해야 유리하겠더라고요. 휴학 없이 ‘칼 졸업’을 해서 연봉이 센 국내 대기업에 일단 취직해 3년동안 바짝 학비를 번 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디자인 공부한 뒤 아이디오에 입사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4학년 2학기였던 2011년 가을, 전략경영 수업에서 만난 선배이자, 동업자이자, 지금은 남편인 정범윤(34) 다노 공동대표의 말은 이 대표의 이런 계획을 뒤흔들었다. “밤 새워 조모임을 하다 꿈 얘기가 나왔어요. 제가 ‘아이디오 취업 5개년 계획’을 말하니 정 대표가 딱 한마디 던졌습니다. ‘5년 걸려서 갈 회사 직접 만드는 건 어때?’” 그 전까지 창업은 “열정 넘치는 선배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다른 세상으로만 여겨왔던 이 대표에게 이 질문은 사고의 전환을 가져왔다. 당시 나이 22살.

“저는 생일이 빨라 친구들보다 나이도 어렸고 2008년부터 휴학 한 번 안하고 내리 8학기를 다녔어요. ‘3년 정도는 딴짓을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가볍게 생각하며 취업에서 창업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2012년 첫 사업으로 자본금 없이 시작했던 콘텐츠 추천 서비스 ‘인투잇’은 몇달만에 접었다. 좋아하는 영화나 음악을 고르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수익모델을 찾지 못했다. 새 아이템을 찾던 공동창업자들에게 이 대표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건강한 다이어트’였다. 남성인 나머지 팀원들은 “다이어트로 과연 사업이 될까?” 반신반의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만인의 고민’인 다이어트에 대해 잘못 알려진 바가 많으니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다고 생각했다.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공동대표인 정범윤씨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공동대표인 정범윤씨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미국에서 찐 20㎏ 건강하게 빼는 방법 공유하니, 1주일만에 3만명 ‘좋아요’ 키 170㎝, 몸무게 57㎏. 마른 몸으로 살아온 이 대표는 스무살 때까지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었다. 건강을 지키며 살을 빼는 방법은 더더욱 몰랐다. 하지만 2010년 여름, 미국에서 1년 교환학생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자의반 타의반, 다이어트라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교 국제처 누리집을 들락거리며 꿈꿨던 교환학생 시기에 그는 “부모님도 몰라볼 정도로” 살이 쪘다. 언어 장벽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었다. 미국 생활 3개월만에 가져간 모든 옷이 안 맞았고 1년만에 20㎏가 넘게 쪄서 귀국했다. 두통, 호흡기 질환 등 전에 없던 증상도 나타났다. 귀국길 공항에서 만난 엄마는 “왜 이렇게 책임감 없이 자기 관리를 못했냐”면서 ‘등짝 스매싱’을 날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뱉는 “살쪘다”는 말도 큰 스트레스였다. 그때부터 극단적으로 먹는 양을 줄였다. 강박적인 다이어트의 시작이었다. “몸무게를 49㎏까지 뺐지만 안 먹고 살 빼니 건강이 너무 나빠졌어요. 3개월 동안 생리가 끊겼고 거울 속 제 모습은 제가 봐도 혈색이 나빴죠. 잘 챙겨먹어야 회복을 할텐데, 음식이 ‘악당’처럼 느껴지면서 먹으면 또 찔 것만 같았어요. 그러다 못 참으면 폭식을 했죠.”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싶었다. 체중계 숫자 0.1㎏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방법은 뭘까. 답을 찾기 위해 책과 논문을 뒤졌다. “극단적인 절식을 그만두고,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되 채소를 더하고 양념을 덜어내는 건강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마음가짐도 바꿨다. “내 몸을 남과 비교하지 않았어요.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드는데 집중했죠.”

방법을 바꾸자 기분좋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건강도 회복했다. “앞선 다이어트로 몸무게는 줄였지만 그건 실패한 다이어트였어요. 제 몸을 사랑할 줄 몰랐으니까요. 이 경험을 통해 잘못 알려진 다이어트 상식이 얼마나 많은지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이런 내용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눠야겠다 싶었죠.”

수요 검증도 해봤다. “‘홈트’(홈 트레이닝)라는 말도 없던 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고 집에서 할만한 운동 영상을 올렸어요. ‘다이어트=저칼로리’라는 단순한 공식을 깨도록 영양성분표 읽는 법과 식단 짜는 법도 공유했고요. 전에는 좋아요 200개를 모으는데 몇 달이 걸렸지만, 이건 1주일만에 3만명이 몰렸어요.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해 2013년 7월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인투잇 시절부터 함께했던 한상혁 다노 최고기술책임자(CTO)도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엘지전자 입사 5년차 개발자였던 한 CTO는 부업처럼 일하던 다노의 투자가 결정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공동대표인 정범윤씨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다노 창업자 이지수씨가 공동대표인 정범윤씨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연쇄창업가’ 노정석의 경영수업, ‘다노언니 제시’ 성공담 나누며 이룬 성장 다노가 사업의 방향을 다듬고 자리를 잡는데 도움을 준 사람은 노정석 리얼리티리플렉션 최고전략책임자(CSO)다. 블로그 ‘티스토리’의 바탕이 된 기술 ‘테터툴즈’를 만들고 테터앤컴퍼니를 구글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노 대표는 ‘창업 과외선생님’을 자처한다.

“연세대 창업특강에 노 대표님이 오셨을 때 명함을 받았어요. 인투잇 런칭 때부터 피드백을 부탁드렸죠. 노 대표님 조언을 바탕으로 다노로 사업 전환도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창업 과외’도 해주셨어요. 지금도 일반적인 기관투자자들이 말해주지 않는 실질적인 조언을 많이 주십니다.”

노 대표는 2013년 10월 다노의 사업성을 인정하며 1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다노는 패스트트랙아시아, 지에스홈쇼핑, 아주아이비(IB)투자 등에게서 총 65억원 투자를 받았다.

다노는 지난 7년 동안 크게 두 번 성장했었다고 한다. 첫 번째 ‘점프’는 2014년 ‘다노샵’을 출시하면서였다. 다노가 직접 만든 다이어트 식품을 파는 쇼핑몰이다. “무료 정보공유 커뮤니티였던 다노에 커머스를 붙이면서 처음엔 걱정이 컸어요. 당시만 해도 사업 모델을 가동하면 ‘결국 돈 벌려던 것이냐’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다노샵은 큰 반발이 없었어요. ‘다노가 알려준 대로 영양성분표를 읽고 음식을 먹으려면 먹을 게 없다’던 이용자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짜지 않고 당이 적지만 맛있는 음식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또 다른 수익모델 ‘마이다노’는 2015년에 내놨다. 홈트와 퍼스널 트레이닝(PT)을 결합한 서비스이다. 앱을 통해 1:1로 전문 코치의 운동 지도 등을 해준다. 지난해에는 이 대표의 ‘웨딩 다이어트’ 경험을 바탕으로 ‘웨딩 케어’ 프로그램도 마이다노에 추가했다.

수익화 다음 과제는 확장이었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다노를 확장시켜야 했어요. 2016년 5월부터 제가 직접 나와서 경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돌파했습니다. 굶거나 다이어트 약을 먹지 않아도, 다노의 방식으로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했습니다. 다노가 대중화 되는 계기였어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구독자 수가 늘었고, 이듬해인 2017년부터 매출로 이어졌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크루들이 업무를 보고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다노 스튜디오에서 크루들이 업무를 보고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몸이 바뀌는 시기마다 도움되는 ‘건강 길잡이’로 다노를 키우고 싶어요” 이 대표를 만난 날, 사무실은 분주했다. 이달 말 서울 마포역 근처로 사무실 이사 준비를 하느라 곳곳에 박스가 쌓여 있었다. 직원이 50명이던 2018년 7월 “앞으로 5년은 머무르겠다”며 자리를 잡았지만 2년 만에 수용 가능 인원 100명을 채웠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새 둥지를 찾을 정도로 성장하면서, 이 대표는 성취감과 성장통을 함께 느끼고 있다.

“그동안 마주한 과제들은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고통’이었지만, 회사가 커진 뒤 만난 과제들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뼈져리게’ 드는 것들”이라고 했다. “다노가 좋은 비전과 철학을 갖고 있다고 해도 회사로서 생존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죠. 건전한 재무구조를 만들고 조직 문화를 정비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들이 앞으로의 과제 같아요. 고객이 다양해지면서 고객의 피드백이 상충할 때도 많은데 이럴 땐 어떤 의견을 듣고 서비스를 개선해나가야 하는지도 어렵습니다. 진짜 회사다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진통 같아요.”

계획에 없던 창업이었던 만큼 생각지 못했던 배움도 얻었다. “계획대로 취업을 했다면 직원 관점에서 일과 세상을 대했겠죠. 이것도 분명 의미가 있을 테지만, 리더 역할을 하면서 배우는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제일 큰 부분은 사람입니다. 누구와 일해야 할지, 좋은 사람을 모시려면 다노는 어떤 가치를 줘야할까, 이런 고민은 힘들지만 고민의 크기가 큰 만큼 빠르게 저를 성장시키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다노의 서비스를 더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Be the best version of you’(당신의 가장 좋은 모습이 되라)라는 다노의 슬로건에서 ‘베스트 버전’은 다이어트 말고도 다양한 모습들이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 때마다 건강과 관련된 고민들은 끊임없이 생기잖아요. 20대 같은 체력이 아니란 걸 느끼고 30대부터는 영양제를 챙겨먹거나, 시간이 더 지나면 당뇨나 골다공증을 겪을 수도 있죠. 갱년기도 찾아올 것이고요. ‘상황이 닥쳤을 때 부랴부랴’가 아니라, 어떤 일을 어떻게 준비하면 되는지 챙겨주는 길라잡이가 하나쯤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임신을 하면서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몸이 바뀌는 시기마다 나의 건강을 챙겨주는 인생의 동반자로 다노를 키우고 싶습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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