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자회사를 설립해 사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7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로 했다. 철강 업계 최초로,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 차별 시정을 권고한 지 2년 6개월 만이다.
6일 <한겨레> 취재 결과, 현대제철은 현대아이티시(ITC) 등 사업장별 100% 자회사를 설립해 당진제철소와 인천·포항공장 등에서 일하는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를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1차 협력업체 직원이 대상이며 자회사의 정규직 고용 규모는 6천∼7천 명으로 추산된다. 이런 내용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논의를 거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현대제철 사업장에는 2만여명이 근무 중이다.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사내 하청 소속 직원들이다. 이중 상당수를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해 사내 하청 논란을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노동계에선 그간 사내 하청을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으로 간주해왔다.
자회사 채용 인력의 임금은 기존 현대제철 정규직의 80%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현재보다 2천만원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위로금 1천만원씩을 지급하고, 자녀 학자금 등 복리후생과 처우의 경우 원청 정규직에 적용 중인 단체협약을 그대로 반영하기로 했다.
현대제철은 자회사 채용자에게 불법 파견 소송 포기 및 향후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약정을 별도로 받을 예정이다. 회사 쪽은 “신규 채용 인력에 대한 보상 등 세부 방안은 법인 설립과 채용 과정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앞서 2017년 4월 현대제철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의 진정을 접수받고 1년 9개월 만인 2019년 1월 원청과 하청 노동자 간의 차별을 인정해 회사 쪽에 시정을 권고했다. 현대제철이 하청업체 직원들의 주차장 이용을 금지하고 낡은 사물함을 제공하거나 급여, 복리후생에 큰 차이를 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현대제철 공장에서 발생한 산업 재해로 숨진 노동자의 상당수가 계약직과 하청 등 비정규직이었던 탓에 하청업체 직원들이 ‘안전 차별’을 받는 ‘위험의 외주화’가 이뤄졌다는 노동계의 지적도 잇따랐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있는 충청남도 도의회는 지난달 당진공장의 비정규직 차별 시정 및 직접 고용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인권위가 권고한 비정규직 차별 해소를 받아들이고, 비정규직 노동자 직접 고용을 위한 단체 교섭에 참여하라고 촉구하기 위해서다.
이상호 연세대 겸임교수는 “중대 재해 사고가 나면 수백 개 군소 협력사(하청) 사장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원청회사의 일반적 행태였다. 현대제철의 조처는 앞으로 자회사 사장이 중대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라며 “또 사내하청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이 높아지는 이점도 있다. 여러모로 파격적 조처로 본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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