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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조선사, 수주 호황에도 9천억 적자…“철판값 올라서” vs “적자수주 탓”

등록 2021-07-21 18:38수정 2021-07-22 02:46

한국조선해양, 2분기 영업손실 8973억원
후판가 인상 따른 비용 증가 선반영
철강업계는 “저가 수주 남탓 돌려” 지적
현대중공업 조선소. 한국조선해양 제공
현대중공업 조선소. 한국조선해양 제공

“(2분기 실적에) 몇 가지 이슈가 있어서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

한국조선해양 성기종 상무(IR 담당)는 21일 오후 열린 회사의 온라인 실적 발표회에서 무겁게 입을 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3사를 지배하는 중간 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2분기에만 9천억원대 영업적자를 냈다고 투자자들에게 깜짝 공시한 직후다.

조선업계는 배 만들 때 쓰는 철판 값이 너무 올라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하지만, 정작 철강업계는 적자 수주를 내놓고 남 탓을 한다고 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한국조선해양이 공개한 올 2분기 영업손실은 8973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견줘 큰 폭의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자회사가 지난 4~6월 3개월 동안 일제히 수천억 원대 적자를 기록한 여파다.

이는 시장 예상을 훌쩍 넘는 규모다. 애초 증권가는 한국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적자가 4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봤었다. 성 상무는 “상선 부문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는데, 강재(후판) 가격이 갑자기 인상되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선박 건조에 사용하는 후판(두꺼운 철판) 가격이 껑충 뛰어 향후 예상 비용 증가분 8960억원을 2분기에 한꺼번에 비용으로 당겨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적자 대부분이 철판 원가 상승 때문에 발생했다는 의미다.

선박 수주에서 건조까지 2∼3년이 걸리는 조선사는 배의 건조 진행 상황에 맞춰 매출 등 실적을 일정 기간 나눠서 회계에 반영한다. 만약 최초 수주 당시 추정했던 공사 원가가 중간에 늘면 이를 추가 비용으로 더해야 한다.

한국조선해양은 포스코 등 주요 철강 제조사와 후판 가격을 협상 중인데, 공급 가격이 현재 톤(t)당 70만원대에서 100만∼115만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향후 원가 증가액을 미리 비용으로 회계 처리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아직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다른 조선사도 같은 고충을 토로한다. 최근 글로벌 경기 회복 영향으로 컨테이너선 등 선박 발주가 크게 늘며 수주 호황을 맞고 있으나, 정작 조선사는 급격한 원가 인상으로 대규모 적자를 걱정하는 처지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지난 1분기에도 영업적자를 각각 2129억원, 5068억원씩 냈다.

반면 철강 업계는 조선 업계의 이런 설명에 불만이 크다. 한 대형 철강 업체 관계자는 “애초 조선사가 원자재 가격 변동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저가 수주를 해놓고 이제 와서 철강사 탓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강사들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이 장기 불황을 겪는 동안 공급 가격 인상을 자제하며 고통 분담을 해왔다고 말한다. 지금도 조선업체엔 다른 업계 대비 후판을 t당 50만원 이상 낮게 공급하고 있지만, 철광석 등 원료 가격이 급등해 이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요즘 후판 사업부 직원들은 다른 사업부에 비해 수익이 높지 않아 성과급을 못 받게 됐다고 불만이 크다”며 “과거 국내 철강 업계가 일본과 중국산 수입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땐 칼자루를 쥐고 가격을 후려쳤던 조선사가 우리가 칼자루를 쥐니 나쁜 놈이라고 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한국조선해양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49%(5500원) 오른 주당 12만8천원에 장을 마쳤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후판 가격 인상에 따른 손실은 이미 예고된 악재여서 투자자들은 오히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다만 후판 외에 다른 선박 원자재 가격도 오르는 추세여서 하반기에도 큰 이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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