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LG)화학이 올해 2분기에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석유 화학 사업 호조에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 배상금 1조원이 이익에 더해진 덕분이다.
엘지화학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2조2308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견줘 290% 늘었다고 29일 밝혔다. 증권가의 예상치인 약 1조2천억원보다 1조원가량 많은 금액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매출액도 지난해 2분기보다 65% 증가한 11조4561억원이다. 역시 분기 기준 최대액이다. 이는 100% 자회사인 엘지에너지솔루션 등 종속회사의 실적도 반영한 결과다.
사업별로 석유 화학 부문 영업이익이 1조3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며 전체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첨단 소재와 생명 과학 부문 영업이익도 1천억원가량으로 2배 이상 불어났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100% 자회사 엘지에너지솔루션이 눈에 띄는 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엘지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약 1600억원에서 올해 2분기 82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시장 예측과 많이 다른 결과다. 과거 화재가 발생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용 배터리 무상 교체 비용 4천억원가량이 엘지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영업 비용에 반영되며 당초 에너지솔루션의 영업 적자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예상 밖 실적은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올해와 내년 엘지에너지솔루션에 건낼 예정인 배터리 영업 비밀 침해 소송 합의금 1조원이 에너지솔루션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에 한꺼번에 반영돼서다.
이명석 엘지화학 상무(경영기획 담당)는 이날 실적 발표회에서 “에스케이 쪽과의 합의 내용에 따라 일시금 1조원을 올해 5천억원, 내년 5천억원씩 각각 수령하고 나머지 1조원은 향후 로열티 형태로 2023년부터 나눠서 지급받을 예정”이라며 “이중 일시금 1조원은 회사의 영업 비밀 사용 허용 대가로 보고 영업이익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기업 회계는 실제 현금이 오가는 것과 무관하게 회사 재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나 거래가 발생한 시점에 수익과 비용을 한꺼번에 인식하는 발생주의를 따른다. 이 상무는 “소송 합의금 1조원과 ESS 배터리 교체 비용 4천억원 초반대를 합쳐 2분기에 반영한 전체 일회성 이익은 6천억원 수준”이라고 했다.
반면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앞서 올해 1분기 엘지 쪽에 줄 현금 1조원을 ‘영업 외 손실’로 반영했다. 한 회계사는 “소송에 의한 수익은 영업외 손익에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특허권 침해나 인력 강탈이 없었을 경우 회사가 본래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할 수 있었던 이익을 보상하는 차원이라면 합의 내용에 따라 영업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엘지화학은 이날 이사회에서 엘지전자의 분리막 사업부를 5250억원에 인수하는 안건도 통과시켰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의 양극과 음극이 서로 맞닿아 화재가 발생하는 걸 방지하는 주요 소재다. 엘지화학 쪽은 “엘지전자가 분리막 코팅에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자체 개발한 분리막 코팅 기술을 결합해 5년 안에 이를 조 단위 사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엘지화학은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사업에 오는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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