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인수전의 판이 커졌다.
자산 10조원대 삼라마이더스(SM)그룹이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쌍용차 인수에 뛰어들어서다. 자금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전기버스 제조사 에디슨모터스도 사모펀드와 손잡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쌍용차 매각을 담당하는 한영회계법인이 30일 오후 마감한 공개 경쟁 입찰에는 모두 9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삼라마이더스그룹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을 비롯해 카디널 원 모터스, 케이에스프로젝트 컨소시엄(케이팝모터스), 박석전앤컴퍼니, 월드에너시, INDI EV, 퓨처모터스 컨소시엄, 이엘비앤티 등이다.
특히 애초 쌍용차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 않던 삼라마이더스그룹이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끈다. 우오현 삼라마이더스그룹 회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룹 내 자동차 부품회사만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 백셀, 화진, 지코 등 5개사”라며 “이 회사들과 쌍용차를 활용해 미래 자동차인 전기차 사업을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삼라마이더스그룹은 자산 총액 10조5천억원 규모인 국내 재계 서열 38위 기업 집단이다. 현대차 1차 협력사인 지코를 비롯해 옛 한진해운 미주·아주 노선 사업부인 SM상선, 대한상선, 대한해운, 삼환기업, 경남기업, 우방 등 58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우 회장은 “현재 보유 현금이 1조원 정도이고 올해 해운업 호황으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이 1조원 수준에 이를 전망인 데다 SM상선 기업공개(IPO)까지 마치면 최대 2조∼3조원 가까운 인수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2010년 쌍용차가 매물로 나왔을 땐 운용 자금이 부족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번엔 은행 돈을 빌리지 않고 순수 그룹의 자금 만으로 쌍용차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보여온 에디슨모터스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키스톤PE는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2012년 금융권 인사들과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동부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현대자산운용 등 주로 구조조정 기업에 투자해 왔다. 최근엔 언론사인 아시아경제 지분을 인수해 잠재적인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에디슨모터스와 키스톤PE도 쌍용차의 완성차 제조 경험을 활용한 전기차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쌍용차 주요 인수 후보로 꼽혔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 창업주가 새로 설립한 카디널 원 모터스도 이날 인수 의향서를 냈다. 쌍용차를 인수해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판매하려는 목적에서다.
인수의향서 접수는 기업 인수·합병(M&A)의 사실상 첫 단계다. 앞으로 인수 희망자의 쌍용차 예비 실사, 실제 인수 희망액(입찰액)을 담은 입찰 제안서 제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 체결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쌍용차 회생을 위한 유상증자 자금과 향후 경영 정상화 등에 1조원 내외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쌍용차 쪽은 “인수의향서를 검토해 예비 실사 적격자를 선정하고 다음달 말까지 이들의 예비 실사를 거쳐 9월 중 인수 제안서 접수 후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경영 악화로 올해 4월 15일 법원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개시해 현재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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