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제공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오는 10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분할한 신설 자회사 ‘에스케이배터리(가칭)’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날 에스케이 쪽은 큰 폭의 영업흑자를 달성한 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개장 직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분사를 향한 주주들의 실망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3일 열린 이사회에서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다음달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오는 10월 1일 ‘에스케이배터리’와 ‘에스케이이엔피’ 주식회사가 각각 출범할 전망이다.
물적 분할은 기업이 보유 자산과 부채 등 재산을 분할해 새로운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신설 회사 주식 전체를 받아 100% 자회사로 두고, 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설 회사를 간접 지배하는 구조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총자산은 올해 3월 말 기준 18조4809억원이다. 분할 후엔 이노베이션 15조8807억원, 에스케이배터리 4조6309억원, 에스케이이엔피 7711억원으로 각각 쪼개진다.
에스케이 쪽은 자회사인 에스케이아이이테크놀로지 및 에스케이루브리컨츠 주식 매각 대금과 자회사 배당금 등 현금 3조원가량을 신설 자회사인 에스케이배터리와 이엔피에 나눠줄 예정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앞서 지난달 1일 투자 설명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부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었다. 이로부터 한 달 만에 속전속결로 결정을 내린 셈이다. 에스케이 쪽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신속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에스케이배터리 분할 후 증권시장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 유치에 나서겠다는 이야기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배터리·석유개발 사업 분할 전후 구조도.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제공
이날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5065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견줘 흑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윤활유 사업에서 역대 최대인 분기 영업이익 2265억원을 기록하고, 배터리 사업 영업손실도 979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이노베이션의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건 2018년 이후 3년 만이라고 회사 쪽은 강조했다.
그러나 배터리 사업부 분할 결정을 발표한 이날 오전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6% 정도 급락한 주당 23만8천원 선을 오가고 있다. 미래 성장 전망이 밝은 배터리 사업을 간접 지배하는 방식으로 바뀌며 신설 배터리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이노베이션 주가에 할인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물적 분할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를 거쳐야 한다. 전체 발행 주식 수의 3분의 1 이상, 주주총회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사업부 분할에 찬성해야 한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올해 3월 말 기준 지주회사 에스케이가 지분 33.4%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국민연금도 지분 8.29%를 갖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지분 0.01%를 보유한 최대 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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