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생산업체 래피젠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수원/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24시간 공장을 돌려서라도 자가검사키트 대란은 막아야죠.”
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래피젠 공장 1층에선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생산하는 자동화 설비가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기계 맞은 편에선 방역복을 입은 직원 수십명이 수작업으로 테스트기를 조립하고 있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이 공장에서 한달여간 생산한 자가검사키트 숫자는 약 6천만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곳은 코로나19 확진자가 10만명에 육박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이다.
생산라인을 함께 둘러본 뒤 회의실에 앉은 박재구 래피젠 대표이사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확진자가 1만명대로 폭증한 지난달 말부터 박 대표는 늘어난 자가검사키트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줄곧 회사에서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박 대표는 “밤낮 고생하는 직원들 때문에 퇴근하기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래피젠 1층 공장의 자동화 기기에서 포장된 자가검사키트가 쉴새 없이 생산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지난달 초 하루 60만개이던 생산량은 이날 현재 하루 210만개까지 늘었다. 자동화 설비와 생산 인력을 빠르게 보강한 결과다. 래피젠 공장에는 자가검사키트 테스트기 조립부터 포장까지 한번에 가능한 자동화 기계 6대가 구축됐다. 기계 1대를 하루 20시간 가동하면 총 12만개를 생산할 수 있다. 급증한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별도 조립 인력이 필요한 반자동 설비도 30대까지 늘렸다. 주·야간 각각 350명의 생산직원이 12시간씩 2교대로 일하며 하루 140만개 이상을 생산한다. 연면적 1만1000㎡(약 3300평)의 공장 1층 생산설비, 2층 시약 생산 시설, 3층 포장 공간 모두 자가검사키트 생산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래피젠은 2002년에 직원 10명 미만의 진단기술 연구센터로 출발했다. 검사키트의 상용화가 어려운 탓에 회사 설립 후 10년 동안 연 매출 10억원을 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다. 매달 직원 월급을 걱정하는 상황에서도 검사키트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검체 한 방울로 질병 감염을 빠르게 판독하는 기술의 기반이 된 ‘블랙 골드 입자’를 자체 개발한 2010년부터 사드와 메르스 등 감염병 사태를 잇따라 겪으며 래피젠의 입지는 견고해졌다. 코로나19 장기화 흐름을 보며 자가검사키트 생산 준비에 집중했고, 지난해 7월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현재까지 허가받은 자가검사키트 생산업체 7곳 중 래피젠이 가장 많은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17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래피젠 공장 모습.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완성품과 원부자재들이 쌓여 있다. 수원/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래피젠은 다음 달까지 생산 설비와 인력을 보강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하루 550만개, 한 달 1억7천만개 생산을 목표로 잡고 있다. 회사 이익을 넘어 시장에 물량이 충분히 공급돼야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하고 가격 폭등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생산업체가 조달청에 납품하는 가격은 2천원대 중반, 편의점 및 약국 공급가는 3천원대 중반으로 추산된다. 유통 비용과 판매처 마진이 붙은 소비자 판매가는 6천원이다. 생산 물량이 안정화할 것으로 보이는 4월 이후에는 시장가격이 5천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표는 “감염병 상황은 항상 급변해 지금 설비투자를 늘리는 건 가까운 미래에 비용손실로 돌아올 수 있다”면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이 빠르게 검사를 받을 수 있게 키트를 공급하는 게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재구 래피젠 대표이사가 17일 수원시 권선구 래피젠 회의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윤운식 선임기자yws@hani.co.kr
박 대표는 일각에서 제기된 자가검사키트 민감도(질병이 있는 사람이 검사 받았을 때 양성일 확률) 50%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정확한 사용법을 따르지 않고 정량보다 많은 검체 추출액을 사용해 (바이러스가) 희석되며 발생한 문제”라며 “정확한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90% 이상 감염자를 걸러낼 수 있으니 안심하고 사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래피젠은 자가검사키트 생산으로 올해 1조원 매출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암, 에이즈, 비(B)형·씨(C)형 감염병 등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키트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박 대표는 “회사가 커진 만큼, 많은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바이오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교육부문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