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명 가전업체들과 중국 가전업체들이 저가 마케팅과 눈높이를 낮춘 틈새전략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역삼동 밀레코리아 사옥에서 열린 의류 손상 방지용 드럼세탁기 설명회에서 모델들이 시연을 하는 모습이다. 연합뉴스
저가업체 하이얼, 제품군 넓히며 도전장
마케팅전략 수정한 밀레, 매출 30% 늘어
마케팅전략 수정한 밀레, 매출 30% 늘어
삼성과 엘지 두 공룡이 버티고 있는 국내 생활가전제품 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중국 업체들은 공격적인 저가 마케팅으로, 글로벌 브랜드들은 눈높이를 낮춘 틈새 전략으로 만만찮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 업체의 무덤’이었던 국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최대 약점인 유통망, 서비스, 제품 라인 등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하이얼 “한국 매출 3배 늘어”=중국 1위 가전업체 하이얼의 한국 법인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3배 가량 늘었다. 조만간 법인 설립(2004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절대 매출액은 그리 크지 않지만 영업 신장세만큼은 내세울 만하다는 본사 차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이얼은 국내 진출 초기엔 와인셀러, 미니세탁기 등 삼성과 엘지 등 국내 대형사들이 손대지 않는 틈새 제품에 주력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엘시디(LCD) 티브이, 스탠드형 에어컨, 냉장고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올해 들어서는 노트북과 모니터 등 디지털 가전까지 제품 라인을 확대하며 삼성·엘지와 정면 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00일 내 하자 때 무상 교환’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애프터서비스 지정점도 130개로 늘렸다. 하이얼의 황금구 영업총괄부장은 “하이마트 같은 양판점 진출이 늦어지고 있지만, 3년 안에 한국 시장 3대 브랜드에 올라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 6~7위인 가전업체 하이신(브랜드 하이센스)은 지난달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한라그룹 계열사인 한라웰스텍과 제휴해 직영 대리점 등 자체 유통·판매망을 갖출 계획이다. 양동호 한라웰스텍 판매이사는 “일단은 대형화 경쟁으로 빈틈이 생긴 소형 모델 중심으로 론칭할 것”이라며 “독자 판매·서비스망을 통해 적정 가격과 수익성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브랜드 “눈높이 낮춰라”=유명 외국 업체들은 눈높이를 조금씩 낮춰 소비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일렉트로룩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청소기 시장에서 대우일렉트로닉스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백화점·고가품 일변도에서 벗어나 20만원대 제품을 선보였고 대형 마트로 유통망을 넓힌 덕분이었다. 이 회사 박갑정 사장은 “올 하반기에는 믹서기·토스터 등 소형 주방가전으로 제품 라인을 확대하고 전국 유통매장의 절반을 커버할 수준으로 판매망을 늘릴 계획”이라며 “수입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이미지와 고가 전략만 고집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밀레코리아는 ‘소득 상위 5%’를 대상으로 한 기존 마케팅 전략을 수정해 일반 소비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서비스 인력을 늘리고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눈높이를 낮추면서 지난해 매출이 30% 이상 증가했다고 회사 쪽은 설명했다. 이 회사는 3일 독일 본사의 마케팅 총괄사장이 드럼세탁기 설명회를 위해 직접 방한하는 등 국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경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 업체들이 가격이나 제품 차별화에 성공하려면 독자적인 판매·서비스망 구축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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