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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이제 포장으로 승부한다

등록 2007-05-13 22:27수정 2007-05-13 23:15

대각선 지퍼백 / 파우치 포장 / 백타입 패키지
대각선 지퍼백 / 파우치 포장 / 백타입 패키지
대각선 지퍼백·끈달린 박스·향기 나오는 비닐팩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보이지 않는 세일즈맨’
중소기업인 뉴팩코리아는 아이디어 포장인 ‘대각선 지퍼백’(맨 위 사진)으로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포장 모서리에 대각선으로 달린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는 ‘편리함’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분이다. 남은 내용물을 보관하기 위해 고무줄이나 집게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지퍼가 가로 방향이 아닌 대각선으로 달려 있어 사용량을 조절하기 쉽다. 이 포장을 사용한 삼양사의 ‘큐원 지퍼백 설탕’은 ‘히트 상품’이 되기도 했다.

뉴팩코리아는 대각선 지퍼백으로 국내와 유럽연합에서 특허를 받았고, 국내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올해부터는 수출에도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뉴팩코리아의 송철종 영업이사는 “일단 미국 동부 한인 유통업체인 H-마트에 1억원어치를 수출했으며, 현재 수십억원어치의 수출 상담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뉴팩코리아 외에도 아이디어 포장(패키징) 기술 개발로 잘나가는 중소업체들이 여럿 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포장의 편리성을 많이 따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세대 패키징학과 김재능 교수는 “소비자들은 물건을 고를 때 제품보다 포장을 먼저 본다”며 “포장은 ‘보이지 않는 세일즈맨’이다”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중소기업인 한진피앤씨가 지난해 개발한 ‘백 타입 패키지’(서랍형 포장·맨 아래 사진)를 일부 제품에 활용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백 타입 패키지는 서랍식으로 만들어진 상자에 끈을 단 포장으로, 쇼핑백이 필요 없을 뿐 아니라 내용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에 내놓은 포도씨유와 올리브유 선물세트에 이 포장을 사용했는데, 매출이 전년 대비 13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는 일부 올리브유 제품에서 발암 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으로 올리브유 매출이 떨어지던 시기였다. 오뚜기는 포장 교체가 매출 증가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강승오 한진피앤씨 과장은 “상자는 우리가 제작하지만 쇼핑백은 제작하지 않는다”며 “쇼핑백과 상자를 같은 납품일에 넘겨야 하는데 쇼핑백 제작업체와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어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보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샴푸 등이 담긴 비닐 팩을 뜯지 않고도 겉에 표시된 작은 동그라미를 통해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파우치 포장(가운데 사진)을 개발했다. 이동형 보성인더스트리 이사는 “한 일본 업체가 구멍을 내고 필름을 붙이는 방식으로 비슷한 포장을 내놓았지만, 필름이 떨어져 액체가 새어 나오고 향기 발산 속도가 빨라 실패했다”며 “우리는 겉에만 구멍을 뚫고 안쪽까지는 뚫지 않아 액체는 새어 나오지 않으면서 향기만 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포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나, 국내 포장 산업의 수준은 아직 낙후돼 있는 게 현실이다. 김재능 교수는 “일반적 기술은 선진국과 견줘 90% 수준이고 최첨단 기술은 50~60%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특히 최근 중국에 저가 시장을 내주면서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최첨단 기술에는 아예 투자를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포장은 나노기술과 청정기술 등이 적용되는 최첨단 산업인데도, 정부에서 아직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 ‘포장기술 종합지원센터’가 만들어졌지만, 포장 산업 전문 인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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