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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불황에 고객 늘리는 ‘역발상 마술’

등록 2009-07-28 20:07수정 2009-07-28 20:08

불황에 고객 늘리는 ‘역발상 마술’
불황에 고객 늘리는 ‘역발상 마술’
새로운 소비자 ‘호감’ 얻을 기회…도전적 기업, 마케팅 되레 늘려
미국 데니스 ‘공짜식사 이벤트’…500만달러로 5천만달러 효과




지난 2월3일 아침, 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데니스’는 매장을 찾아온 모든 고객에게 공짜 식사를 대접했다. 새로 개발한 메뉴를 알리기 위한 이벤트였는데, 행사를 알리기 위해 이 업체는 30초에 100만달러짜리 슈퍼볼 방송 광고까지 냈다. 행사 당일 미국 전역의 1500개 매장에 무려 200만명이 몰렸고, 사회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작은 감동과 기쁨을 줬다는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이 업체가 이벤트에 들인 돈은 모두 500만달러. 그러나 현지 업계에선 5000만달러를 웃도는 광고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치고 힘든 미국인들에게 시의적절한 감성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불황기엔 기업들의 광고·마케팅 비용이 늘 긴축 대상 1순위다. 하지만 ‘역발상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받아들인다. 적은 돈을 들여, 경쟁사보다 자사를 돋보이게 하고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경연 제일기획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국장은 “불황이라고 해서 갑자기 고객들의 욕구가 사라지거나, 소비자들이 모두 비용과 가치를 한 단계씩 낮춰 물건을 사는 건 아니다”라며 “불황 때 광고비를 늘린 기업들이 광고비를 유지·삭감한 기업보다 경기회복기에 매출 신장률이 더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라고 말했다. 불황기에는 광고 단가가 낮아지고 전체 광고 시장이 줄어드는 만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브랜드 노출 기회를 극대화하고 유통 채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산업별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 비중
주요 산업별 매출액 대비 마케팅 비용 비중
국내 기업들의 사정은 어떨까? 엘지경제연구원의 최근 분석을 보면, 국내 상장 제조업체들이 지난해 쓴 광고·마케팅 비용은 50조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5.5%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전세계 100대 기업(자산 기준)의 평균인 4%보다 조금 높은 것이다. 산업별로는 경쟁이 치열하고 유행에 민감한 소비재 산업의 마케팅 비용이 커, 의약품 산업은 매출액 대비 16.2%, 통신 13.6%, 전기전자 10.9%, 섬유의복 10.1%, 음식료 8.4%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기가스(1.0%), 운수창고(2.5%), 유통(2.4%) 등 기업간 거래(B2B) 규모가 큰 업종은 평균치 이하로 나타났다. 최병현 엘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실질소득이 못 따라가면서 경기에 따라 소비가 크게 출렁거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광고·마케팅이 얼마나 고객 만족도와 매출로 연결되는지 그 성과를 측정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불황기 소비자들은 ‘불안 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건을 한번 잘못 사면 이전보다 재무적 위험이 더 커지고, 동시에 기업들이 이전보다 품질이 낮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불황기 마케팅 전략의 제1 원칙으로 ‘신뢰’와 ‘가치’를 꼽는다. 삼성그룹의 브랜드 담당 임원은 “어떤 매력적인 마케팅도 ‘신뢰’라는 잣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불황기에는 이런 기준이 더 높고 견고해진다. ‘이 브랜드와 거래하면 내가 기대하는 수준의 가치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믿음, 즉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수익성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각종 부가 서비스를 줄이거나, 은근슬쩍 제품의 양을 줄이는 등 소비자에게 ‘배신감’을 주는 행위는 금물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신뢰만큼 중요한 게 ‘본질적 가치’라고 말한다.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당당하고 솔직하게” 드러내야 하고, 실제로 그에 걸맞은 효용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체험 마케팅’에 나서는 것 역시,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불안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방법이다.

마케팅 전략에는 기업 고유의 경영 철학과 시장 전략이 담겨 있다. 불황기 공통의 열쇳말은 단연 ‘긍정과 희망’이다. 삼성그룹은 세계 각지에서 땀 흘리는 임직원들의 모습을, 엘지그룹은 첫 출근 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와 어릴 적 자전거를 밀어주던 아버지를 광고에 담았다. 또 평범한 이웃들을 헹가래치며 응원하거나(현대그룹), 생각대로 하면 된다(에스케이텔레콤) 광고에서 보듯이 긍정의 힘과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게 주류를 이룬다.

웃음과 즐거움은 또다른 키워드다. 케이티(KT)는 강렬한 한 글자 브랜드에 이어 다소 유치한 만화를 광고에 활용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망가지는 스튜어디스’를 소재로 삼았다. 소비자들에게 잠시나마 즐거움을 주면서, ‘늙은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전략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제일기획의 박경연 국장은 “기업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발칙하고 즐거운 체험’을 광고와 마케팅에 활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최근 광고가 드라마와 시트콤, 뮤직비디오와 애니메이션 등 장르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크로스오버), 고객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가면서 호기심을 유발하는(스토리텔링) 방식을 띠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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