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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공정하게 대접받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

등록 2017-04-12 15:21수정 2017-04-12 21:50

인터뷰 | 삼성웰스토리 임원위 노조위원장
삼성에서 네번째 민주노조로 출범한 삼성웰스토리 노조의 임원위(36) 위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삼성에서 네번째 민주노조로 출범한 삼성웰스토리 노조의 임원위(36) 위원장.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공정하게 대접받고, 행복하게 일하고 싶습니다.”

삼성에서 네 번째 민주노조로 출범한 삼성웰스토리 노조의 임원위(36) 위원장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했다. 노조는 지난 6일 임 위원장 등 4명이 설립총회를 갖고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임 위원장은 12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 앞에서 노조 설립 기자회견에 앞서 <한겨레>와 만났다.

삼성에서 민주노조 설립은 2011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올해 3월 삼성엔지니어링에 이어 4번째다. 웰스토리는 급식과 식자재공급업을 하는 회사로 삼성 계열사들의 구내식당을 위탁 운용한다. 2013년 말 에버랜드에서 분사됐고, 직원 수가 6800여명으로 삼성 계열사 중에서 8번째로 많다. 임 위원장은 2008년 입사 이후 10년째 조리사 일을 하고 있다.

무노조경영 삼성에서 4번째 민주노조 설립
2013년 분사 때 에버랜드 상장 숨겨 직원 피해
매출액·이익 늘어도 보너스 줄고 인사관리 횡포
반강제 희망퇴직 고용불안…2016년 120명 떠나
무노조경영 삼성 “다른 방법 찾아 보자” 회유

그는 노조 설립 이유에 대해 분사 당시 회사의 말 바꾸기로 인한 직원들 피해를 꼽았다. 분사를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를 곧 상장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직원들은 회사가 상장되면 싼값에 우리사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임 위원장은 “많은 직원이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분사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대했지만, 회사는 5년 내 상장 계획이 없고, 분사가 되더라도 복지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고 보너스는 더 많이 주겠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버랜드는 분사 6개월 만에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임 위원장은 동료 870여명과 에버랜드를 상대로 우리사주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데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분사 이후 처우개선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한다. 임 위원장은 “회사의 매출액과 이익은 꾸준히 늘어나는데 보너스는 갈수록 줄었다. 직원들 생산격려금도 기본급의 200%에서 50%로 줄고, 연말 초과이익분배금(PS)도 16%에서 10%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고용불안과 부당한 인사관리 전횡도 심해졌다. 임 위원장은 “회사 말을 잘 듣는 직원만 인사고과를 잘 주고, 심지어 간부가 인사고과를 잘 주는 대가로 직원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비리사건도 터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2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을 대상으로 반강제적 희망퇴직을 실시해 120여명이 그만뒀다. 노조가 없다 보니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에서 네번째 민주노조로 출범한 삼성웰스토리 노조의 임원위(36) 위원장(왼쪽 둘째) 등이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본사 앞에서 노조 설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삼성에서 네번째 민주노조로 출범한 삼성웰스토리 노조의 임원위(36) 위원장(왼쪽 둘째) 등이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본사 앞에서 노조 설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임 위원장은 노조의 첫 과제로 보수 개선을 꼽았다. 그는 “삼성전자의 평균 급여가 연간 1억원이 넘지만, 웰스토리는 3~4년차 조리사의 기본급이 연장근로를 안 하면 200만원도 안 된다”며 “삼성 계열사 중에서 급여가 가장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합리한 인사고과 개선과 반강제적인 희망퇴직 중단을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출산휴가를 가는 여자직원이나 육아휴가를 신청하는 남자직원들은 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아 급여인상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최근에는 롯데그룹으로의 매각설마저 돌아 직원들이 불안해한다.

그동안 삼성그룹 안에 노조가 설립되더라도 회사의 탄압으로 초기에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삼성에버랜드에 2011년 노조가 생겼지만, 설립 직후 조장희 부위원장이 부당해고를 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조 부위원장은 5년만인 2016년 12월 대법원에서 겨우 복직 판결을 받았다. 임 위원장은 “설립 과정에서 조장희 부위원장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회사의 인사부서 간부가 면담을 요청해 만났더니, (불만사항을) 노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자고 회유하더라”고 말했다. 회사의 견제 속에서 조합원을 늘리고 협상을 통해 성과를 거두기도 어렵다. 임 위원장은 “며칠 사이 조합원이 10여명으로 늘었는데, 대부분 동료들은 노조가 제 역할을 해서 근무여건이 개선됐으면 하는 기대와 조합에 가입 시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걱정이 엇갈리는 것 같다”면서 “노조를 만들었다고 해서 크게 바라는 것은 없고, 공정하게 대접받고 과도한 실적압박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웰스토리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을 계기로 경영쇄신안을 발표한 직후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노동계에서는 고 이병철 창업 회장 때부터 이어져 온 삼성의 무노조경영 포기와 민주노조 인정을 삼성 쇄신의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임 위원장은 “회사 내부에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기구가 없어 노조가 경영진을 감시하고 비민주적 조직문화를 쇄신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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