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conomy | 현장에서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라 대리점·판매점에 돌린 갤럭시S8 ‘붉은 화면’ 관련 안내문. 3사 것 모두 동일하다.
삼성전자 “화면 색조정 기능 들어있다” 해결방법만 반복
사실상 묵묵부답에 품질 불량 등 갖가지 추측 난무
기자간담회서 “고객과 투명한 소통” 약속과도 달라 <한겨레>도 삼성전자 쪽에 수차례 “왜 일부 기기에서만 붉은 색이 강한 현상이 발생하느냐”고 물었는데, 질문 때마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색감이 다르다. 화면 색을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 있다”는 답만 들었다. 딴소리를 하는 모양새지만 내용적으로는 ‘묵묵부답’과 다를 바 없다. 이동통신사도 삼성전자 요청에 따라 유통점 직원들에게 “갤럭시S8을 개통해줄 때 붉은 화면 현상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색감을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이 들어있다’고만 안내하라”고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디스플레이 색상 최적화 가이드’란 자료를 이통사에 건네기까지 했다. 이 자료에는 갤럭시S8 화면에서 ‘설정’, ‘디스플레이’, ‘화면모드’, ‘색상 최적화’를 차례로 눌러 빨강(R)·녹색(G)·파랑(B)를 조절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내용만 담겨 있다. 원인을 물으면 모른다거나 삼성전자 쪽에 물어보라고 한다. 삼성전자의 이런 태도는 갖가지 추측을 낳고 있다. 화면 색깔을 관장하는 반도체나 소프트웨어 불량,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때부터 사용한 색 좌표 기준의 결함, 디스플레이 구조와 발광 소자의 안정성 문제 등까지 거론되고 있다. 초기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화면 색깔 조정이 제대로 안된 채 출고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달 전까지만 해도 갤럭시S8 제조를 책임지고 있는 임원 말이 ‘도자기를 빚는 것처럼 어렵다’고 하더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은 갤럭시S8 국내 예약구매자 100만4천명 가운데 일부만 기기를 받은 상태다. 삼성전자가 붉은 화면의 원인과 관련해 고객들과 솔직한 소통에 나서지 않을 경우, 또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이미 ‘갤럭시S8 붉은액정’이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고, ‘붉은 화면 여부 테스트하는 방법’이란 글이 엄청나게 읽히고 있다. 앞으로 기기를 받는 사람마다 붉은 화면 여부를 테스트해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붉은 화면 현상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처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은 아니다. 구매를 취소하거나 집단 반발하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갤럭시S8이 곧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풀리는 점을 감안하면 낙관할 수만도 없다.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문제도 미국 쪽 소비자들과 언론이 나서면서 사태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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