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아온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을 모두 정리하기로 했다. 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대한항공을 뺀 모든 한진그룹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이를 두고 일감 몰아주기 관련 검찰 수사와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의 재벌개혁 드라이브에 대비해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15일 조양호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보유한 정보기술(IT) 계열사 유니컨버스 지분을 전량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콜센터를 위탁 운영과 전산시스템 장비의 유지·보수를 맡고 있는 유니컨버스 지분은 조 회장을 비롯해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장남 조원태 사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이 100%를 갖고 있다. 증여가 끝나면 한진그룹의 대표적인 일감 몰아주기 사례로 꼽혀온 유니컨버스는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된다. 유니컨버스의 자회사인 유니컨버스투자가 보유한 토파스여행정보 지분(27%) 역시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전액 대한항공에 증여하기로 했다.
지난해 유니컨버스는 매출 123억원 가운데 26억4천만원(21.5%)을 내부거래로 벌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대한항공의 유니컨버스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에 대해 과징금 6억1200만원을 부과하는 동시에 조원태 사장과 대한항공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같은 혐의로 조사를 받은 씨제이·현대그룹 등과 달리 총수 일가가 유일하게 고발됐다.
한진그룹은 이에 앞서 2015년 11월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 사익 편취가 문제로 대두하자 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하는 싸이버스카이의 총수 일가 지분 100%를 대한항공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에는 조 회장 일가가 이 지분을 유상으로 대한항공에 넘겼지만 이번에는 무상으로 증여했다. 대한항공 쪽은 “검찰 고발과 무관하게 일감 몰아주기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투명 경영체제를 갖추려고 이번에 무상으로 증여해 말끔히 털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처는 검찰 수사를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반응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또한 조원태 사장이 한진칼, 진에어, 한국공항, 유니컨버스, 한진정보통신 등 5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2014년 3월부터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아 핵심 계열사 경영 전반을 살펴왔다.
재계에서는 재벌 개혁을 강조한 김상조 위원장 효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인사는 “조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계속 불거질 수 있는 사익 편취 이슈를 이번에 정리해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상조 위원장의 강력한 재벌개혁 의지에 한진그룹이 자발적으로 먼저 나선 의미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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