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주인 없는 짐 싣고 12시간 비행

뉴질랜드서 탑승 포기한 인도인 짐 인천까지 싣고와
승객·보안관리 허점 노출…대한항공 “신원확인 실수”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공항을 이륙하는 모습

대한항공 여객기가 주인 없는 짐을 싣고 12시간 가까이 비행해 승객·보안관리에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한항공쪽 설명을 종합해보면, 지난 13일 오전 10시5분께(현지시각) 뉴질랜드 오클랜드를 떠나 오후 6시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케이이(KE)130 항공편에 인도인 가족 5명 중 1명인 ㄱ씨가 탑승하지 않았다. ㄱ씨는 체크인 뒤, 개인적인 사정으로 탑승을 포기했다. 하지만 여객기는 ㄱ씨의 짐을 그대로 싣고 인천까지 왔다.

대한항공 승무원은 오클랜드 이륙 전 탑승객 확인 과정에서 ㄱ씨 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본인 여부를 확인했다. 이 승객은 “(본인이 해당 승객이) 맞다”고 대답했다. 승객은 승무원에게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은 ㄱ씨의 탑승권(보딩 패스)을 보여줬고, 승무원은 ㄱ씨가 탑승한 것으로 오해했다. 이후, 여객기는 예정대로 출발했다. 하지만 ㄱ씨가 탑승하지 않은 사실은 ㄱ씨 가족 등이 인천에서 인도 뭄바이로 가는 여객기로 환승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대한항공쪽은 환승 연결편인 인천발 인도행 항공편에 ㄱ씨의 짐을 싣지 않았다. 이후, ㄱ씨 가족들의 요청으로 바로 다음 운항편으로 인도 뭄바이로 발송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객 신원확인에 실수가 있었고 수하물에 대해 제대로 조치하지 못했다”면서 “기내 신원확인 과정에서 승객이 탑승권까지 보여주고 본인이 맞다고 주장해 현장에서 확인이 쉽지 않았다. 다만, 가족 5명이 함께 예매하고 짐을 맡긴 경우여서 확인 불가능한 수하물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항공보안법을 살펴보면, 여객기 내 테러 예방을 위해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경우 짐을 내리고, 비행 중 승객이 없는 것을 발견하면 자체 규정에 따라 회항하도록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사건을 조사해 과실 등이 확인될 경우 규정에 따라 처분할 계획이다.

박수진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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