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넘었다. 매출도 반도체 시장 호황과 휴대전화 사업의 선전 덕에 원-달러 환율 하락 악재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240조원에 바짝 다가섰다. 하지만 올해는 반도체 호황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데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셀 것으로 보여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삼성전자는 9일 지난해 4분기 실적(연결기준)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66조원, 영업이익 15조1천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에 견줘 매출은 23.76%, 영업이익은 63.77% 증가했다.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 분기에 견줘서도 각각 6.37%와 3.92% 늘어, 2분기 및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분기 기준 최고 기록을 갱신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이로써 지난해 연간 매출은 239조6천억원, 영업이익은 53조6천억원로 역시 사상 최고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69%, 영업이익은 83.3% 늘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비율)도 22.3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부문의 영업이익은 50%를 넘고, 일부 제품은 60%를 넘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부적으로는 2013년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28조6900억원와 36조7900억원을 기록한 이후 하락·횡보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크게 치솟은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와 전자업계의 분석을 보면, 삼성전자 실적은 반도체 사업이 이끌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75조원, 영업이익 중에서는 35조원 가량이 반도체 사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디램과 낸드플래시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불어닥친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과 삼성전자의 앞선 반도체 기술력 덕이다. 이에 힘입어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패널, 텔레비전·생활가전 등도 선전했다. 휴대전화 사업을 포함한 아이엠(IM)부문은 107조원의 매출을 올려 12조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디스플레이 패널에선 35조원의 매출과 5조6천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올해 전망은 엇갈린다. 우선 반도체 시장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가 관건이다. 올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요와 가격 강세 흐름이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과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이 엇갈린다. 반도체 시장 호황이 끝나거나 둔화하면 삼성전자 실적도 하락하거나 횡보할 수밖에 없다. 환율 하락도 악재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 유종우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반도체 호황은 2018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은 291조원, 영업이익은 65조8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도 반도체 호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환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당장 1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화웨이는 미국시장 진출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는 최근 내놓은 2018년 전망에서 “삼성전자가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유지하겠지만, 애플과 중국업체들의 추격으로 점유율은 20%대에서 19%대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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