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삼성전자가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연간 기준으로는 애플을 누르고 1위에 올랐으나, 4분기에는 애플에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1~3분기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신제품을 앞세워 애플을 제치고, 4분기에는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따돌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2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애플의 아이폰 출하량은 7730만대로 시장점유율 19.3%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를 제쳤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7440만대로 시장점유율이 18.6%에 그쳤다. 화웨이가 4100만대(점유율 10.2%)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21.1%로 1위를 지켰고, 애플이 14.3%, 화웨이가 10.1%, 오포가 7.8%, 샤오미가 6.1%로 뒤를 이었다. 엘지(LG)전자는 점유율 3%대로 7위에 머물렀다.
실속은 애플이 좋았다. 에스에이는 “애플은 ‘아이폰8’과 ‘아이폰X’ 가격을 높게 책정한 덕에 평균판매단가가 797달러로 전년보다 1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애플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883억달러(95조3천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5억대를 넘기며 2016년에 견줘 1% 정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4분기 출하량은 4억2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9% 가량 줄었다. 에스에이는 “사상 최대 하락 폭”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이날 에스에이 집계 결과와 유사한 내용의 2017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운터포인트 박진석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한 가운데, 앞으로는 신규 가입자보다는 업그레이드 수요를 바탕으로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며 “제조사들은 고객들이 스마트폰 교체 주기를 줄일 수 있도록 제품의 차별성을 강화하고, 지역 특화 전략을 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업계 구도와 관련해 “2017년 삼성전자가 1위 자리를 지켰으나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는 부진하고, 인도에서는 샤오미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며 “올해는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과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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