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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해고 살인’ 줄인 금호타이어·STX조선·한국GM, 구조조정 새 지평?

등록 2018-04-29 19:49수정 2018-04-29 20:31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노조쪽 유연 태도로 합의
STX조선, 6개월씩 무급휴직으로
고정비 40% 감축 요구 맞춰
한국GM, 잔여인력에 월 225만원
노사가 생계비 공동지원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종 노동자들이 지난 3월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중형 조선 구조조정 정책을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종 노동자들이 지난 3월1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중형 조선 구조조정 정책을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올 상반기 바통 넘기듯 이어졌던 금호타이어·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한국지엠(GM)의 구조조정이 모두 매듭지어졌다. 세 기업이 속한 업종과 경영난에 처하게 된 배경 등은 제각각이지만 ‘구조조정’이라는 길로 수렴되는 공통점을 갖는다.

애초 세 곳의 구조조정 모두 극한 노사 대립과 지방선거 전이라는 시기적 조건 등과 맞물려 시장의 관점으로는 충분하지 못한 구조조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 곳 모두 채권단 또는 대주주가 요구한 수준(금호타이어 해외매각·에스티엑스 고정비 40% 감축·한국지엠 연 5천억원 인건비 감축)을 만족시키는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특히 세 곳 모두 2009년 쌍용자동차, 2010년 한진중공업 사태 때처럼 회사 쪽이 노동자들과의 고용 관계를 일방적으로 잘라내는 정리해고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노사 간 대립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희망퇴직·무급휴직·임금삭감 등에 노사가 합의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풀렸다. 사회 안전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해고는 살인’이라는 위기의식이 사회적으로 상당히 커져 왔고, 무엇보다 노조 쪽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이뤄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티엑스조선해양의 경우, 산업은행이 실시한 컨설팅 결과 생산직 노동자 695명을 178명으로 줄여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산업은행과 회사는 희망퇴직과 하청업체로의 이직 방안을 제시했다. 노동자들로선 알아서 회사를 그만두거나 조선업 중대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 등으로 꼽히는 다단계 하청구조 속으로 밀려나가야 할 처지로 몰린 셈이었다. 하지만 노조가 무급휴직과 임금 삭감으로 산업은행이 제시한 고정비 40% 감축을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제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결국 노사는 5년간 무급휴직 6개월씩을 하기로 지난 9일 합의했다.

에스티엑스조선해양 노사의 막판 협상 당시 물밑 중재에 나섰던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노동자들이 급여가 절반 이상 줄어드는 고통을 감수하기로 한 것은, 에스티엑스조선해양 울타리 밖으로 밀려나면 더 살아남기 어렵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정부 안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총고용은 최대한 유지하되, 급여 삭감이나 순환휴직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또 그것이 가능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이동걸 산업은행장도 노동자들이 참여해 고용은 유지하되 인건비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앞으로 회사의 회생을 비롯한 경영 전반에 노조가 관여하고,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금호타이어와 에스티엑스 사외이사 가운데 산업은행 몫 한 명을 노조가 추천하는 인사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군산공장 일방 폐쇄와 희망퇴직(1차 2600명)으로 시작된 한국지엠 사태도 기본급 동결, 상여급 미지급, 연 1천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 절감에 노사가 23일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군산공장 남은 노동자 650명의 고용 유지 여부는 추가 희망퇴직을 시행한 뒤 남는 인력 가운데 100명을 부평·창원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추가 희망퇴직은 30일까지다.

주목되는 대목은 추가 희망퇴직 뒤에 전환배치 인력에 포함되지 못한 군산 잔여 인력이 휴직기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사가 돈을 모아 생계비를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노사가 절반씩 부담한다. 노사가 휴직 노동자 1명당 월 225만원씩의 생계비를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추가 희망퇴직 규모에 따라 한국지엠 노동자 1명당 월 1만∼3만원 정도를 분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군산공장은 정상화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다, 부평·창원 공장의 인력수요도 지엠이 약속한 신차가 양산될 때(각 2020년, 2022년)까지 줄어들 예정이라, 전환배치에 포함되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최대 4년의 무급휴직을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한국지엠 노사 공동 생계비 지원은 휴직자가 보릿고개를 넘기게 도와준다는 수준을 넘어, 갑작스러운 해고가 아닌 재취업 기회를 갖게 하는 쪽으로 연착륙을 지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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