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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대한항공을 사랑해서”…3차 ‘조양호 아웃’ 촛불 집회

등록 2018-05-18 22:13수정 2018-05-19 10:26

‘대한항공 직원연대’ 광화문서 촛불
4일, 12일에 이어 세 번째 집회
“우리는 머슴·노예 아니라 직원”
변영주 감독 사회…본사까지 행진도

“우리는 머슴이나 노예가 아니라 힘들게 노력해서 대한항공에 온 직원들이다. 다시는 우리에게 소리 지르고 함부로 대할 수 없게,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요구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촛불집회가 18일 저녁 서울 경찰 추산 600명이 모인 가운데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열렸다. 지난 4일과 12일에 이은 세 번째 촛불집회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이번 집회에 앞서서는 ‘대한항공 직원연대’를 꾸려 동료 직원과 시민의 집회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홍보 동영상과 ‘갑질 근절’을 상징하는 하늘색 리본 스티커를 제작하는 등 준비에 조금 더 공을 들였다. 이후에도 촛불집회를 이어가기 위한 크라우드 펀딩(모금)도 인터넷을 통해 이어가고 있다. 총수일가의 갑질·탈세·밀수 논란 등에 분노한 직원들이 일회성 집회에 그치지 않고 ‘장기전’을 다짐하는 모습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카카오톡 단체창에서 ‘메이비’라는 이름을 쓰는 한 직원의 자유 발언이 집회 참가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등장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른 메이비씨는 “제가 여기에 온 이유를 말씀드리고 싶다”며 휴대전화에 미리 적어 온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는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사건 뒤에 친구가 ‘너네는 왜 그러고 사느냐. 땅콩 회항 사태 때 직원들이 목소리를 냈으면 어떻게 계속 (총수일가가) 욕하고 무시하겠나’라고 했다”며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다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창진 사무장이 힘든 싸움을 할 때 저는 슬퍼하고 안타까워하기만 했다. 술자리에서 푸념할 뿐이었다”며 “우리는 머슴이나 노예가 아니라 힘들게 노력해서 여기에 온 직원이라는 것을 말하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울음 섞인 목소리에 동료 직원들은 손뼉으로 격려했다.

메이비씨는 “가장 아픈 말, 가장 창피한 말은 ‘대한항공에서 대한 자를 떼어내라. 태극기를 쓰지 말라’는 사람들의 말이었다”며 “제가 꿈꾸고 입사했던 대한항공은 창피한 회사가 아니었다. 저는 대한항공 입사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회사에 들어온 뒤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다. 그런데 그들이 제 꿈을 한순간에 비난하기 좋은 거리로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총수일가가) 우리에게 소리 지르고 함부로 대할 수 없게, 우리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라며 “이제부터라도 우리 권리를 지키고 동료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했다. 집회 장소 곳곳에서 일부 직원들은 눈물을 흘리거나 훌쩍였다.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3차 촛불집회’.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18일 저녁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에서 연 ‘조양호 일가 및 경영진 퇴진 갑질 스톱 3차 촛불집회’.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이번 집회에서는 1·2차 때 사회를 보았지만 이날에는 비행 일정으로 참석 못 한 박창진 사무장 대신, 변영주 영화감독이 사회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변영주 감독은 “용감한 일을 하시는 분들과 ‘한 편’임을 증명하게 돼서 영광”이라며 “대한항공 소비자들이 직원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직원들이 만든 갑질 스티커를 몸에 붙이고 비행기를 타면 타자”고 말해 직원들의 환호성을 받았다. 1·2차 때와 달리 집회를 마친 뒤 거리 행진도 이어졌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사랑한다 대한항공’, ‘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조양호 OUT‘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1개 차로를 이용해 세종로터리, 대한문을 지나 서소문동 대한항공 사옥까지 행진했다. 집회는 직원들이 작성한 ‘조 회장에게 보내는 편지’ 낭독과 함께 마무리됐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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