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엔진 결함이 발견된 항공기에 승객을 태워 비행할 것을 지시한 정황이 나와 논란이 됐던 권혁민 진에어 대표이사가 결국 사임했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각종 불법·탈법 논란이 커지던 지난달 10일 진에어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대신 취임했던 조 회장의 ‘측근’이다.
19일 진에어는 “권혁민 대표이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한다. 최정호·권혁민 대표 집행임원 체제를 최정호 대표 집행임원 체제로 바꾼다”고 밝혔다. 권 대표 사임은 지난달 10일 조양호·최정호 체제를 최정호·권혁민 체제로 바꾼지 41일 만이다.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갑질·밀수 등을 언론에 제보해 온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엔진결함 비행 사건을 폭로하고 27일 만이기도 하다.
진에어 직원들과 국토교통부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9월 괌 국제공항에 도착한 진에어 항공기에서 엔진으로의 연료 주입 차단이 되지 않는 중대 결함이 발견됐는데도, 해당 항공기는 276명을 태우고 인천공항으로 다시 비행했다. 또 권 당시 정비본부장이 직원들에게 “아 XX 나 머리 아파 자꾸 얘기하지 마라”라며 국토교통부로의 축소 보고와 비행 강행을 지시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마쳤으며, 징계 여부와 수위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로써 진에어는 최근 90일 사이 두명의 대표이사가 사임한 꼴이 됐다. 지난 3월23일 조양호 회장이 “계열사 책임 경영을 하겠다”며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세례 갑질’ 논란 파장이 커지던 지난달 10일 등기이사직을 유지한 채로 사임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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