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0일 취임한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전력이 대기업이 주로 쓰는 심야시간대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정부에 요청했다.
김종갑 한전 사장이 26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부하(심야·오후 11시~오전 9시) 시간대 산업용 전기료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심야 산업용 전기 사용량의 54%를 대기업이 쓰고 있다”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16% 싸게 전기를 쓰고 있는 셈인데, 중소기업에 대한 고려 측면에서도 이런 구조는 안맞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전력 도매상인 한전이 판매하는 전기 중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은 가정용·일반용보다도 크게 싼 탓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과소비를 하게 하고, 가정용이 산업용을 ‘보조’하는 불공정한 요금 체계라는 비판이 있어왔다.
김 사장은 “경부하 요금 조정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에 한전 매출이 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심야 산업용 전기 요금을 조정하며 중소기업을 비롯한 국민 전체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박원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도 지난 21일 기자들을 만나 “경부하 요금을 올리더라도 그 밖의 최대부하와 중간부하 요금을 조정해 기업 전체 부담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애초 우리 전기요금이 매우 저렴한 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다 보니 가스와 석탄 등 1차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데도 가스와 석탄을 연료로 만드는 2차 에너지인 전기를 쓰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자원 낭비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해오던 잘못된 소비 행태는 분명히 고쳐야 한다”며 “그래서 심야 전기요금은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 배전센터에서 직원들이 전력수급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공극 등이 잇따라 발견되며 각 원전에 대한 정기 안전검사(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진 탓에 한전의 실적이 나빠진 것을 두고는 “견딜 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냈다. 김 사장은 “생각보다 한전이 내부적으로 적자를 흡수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원전 검사는 안전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맡겨놓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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