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새로 건설할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발굴·제안한 지역을 먼저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환경 훼손을 이유로 한 사회적 갈등과 사업자-지역주민 간 논쟁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과학기술회관에서 업계·학계·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해상풍력 산업화 전략 포럼’을 열어 해상 풍력발전 단지 추진 청사진을 내놨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목표대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재생에너지 3020)로 높이려면, 해상 풍력발전 시설을 2030년까지 20GW 규모까지 늘려야 한다. 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풍력발전 규모는 1GW 수준이고, 이 가운데 해상 풍력발전은 35MW에 그친다.
해상 풍력발전은 해안으로부터 5∼15㎞ 떨어진 곳에 설치돼 육상 풍력발전 때와 달리 소음공해 등은 적다. 하지만 독일 등에서 발전기 하부 지지대가 해양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지적이 나온 전례가 있어 지역 수산업 종사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앞으로 대규모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할 때는 지자체가 발굴·제안한 것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소 유치 사례와 달리, 주민이 지역경제와 환경 파괴에 대한 대가로 발전사업자로부터 법정보조금을 받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발전사업에 참여해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말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역주민이 대규모 발전단지 건설 프로젝트에 10% 이상 지분 참여 때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에 가중치를 0.1 부여하기로 했다. 20% 지분 참여 때는 가중치가 0.2로 늘어난다.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는 풍력으로 발전한 전력을 한전 등 발전회사 21곳에 판매할 수 있는 증서다. 최근 개정된 고시에 따라 해상 풍력발전 가중치는 1.5~2.0에서 2.0~3.5로 상향 조정됐는데, 지역주민이 직접 사업에 참여하면 여기에 가중치를 더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100MW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운영할 경우, 지자체나 지역주민에게 해마다 약 20∼30억원이 추가 혜택이 주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미 5개 광역 지자체가 손을 들었다. 전북은 군산 말도 인근에 110MW급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전남은 영광 안마도 근처에 220MW급을, 경북은 영덕군에 100MW급을 추진하겠다고 각각 신청했다. 경남은 통영 욕지도 옆에 100MW급을, 울산은 동해가스전 주변에 200MW급을 설치할 계획을 내놨다. 포럼에 참가한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중장기적으로는 지역 주도로 조성된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조선·해양·철강 산업과 연계해 유관 산업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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