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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직장인 ‘저녁이 있는 삶’ 첫발…기업들 “낭비시간 줄여라”

등록 2018-07-02 20:31수정 2018-07-03 09:54

시행 첫날 대기업 혼란 없어

선택근로제로 출퇴근 ‘여유’
“출근 시간 30분 늦춰지면서
딸 등교준비 전쟁 않게 됐죠”
칼퇴근 뒤 영어회화 배워
백화점은 개장 30분 늦춰
IT업체 “코어타임외엔 자율”

기업들 “낭비시간 줄여라”
금융업 PC오프제 야근 차단
물류회사, 컴퓨터 30분 쉬면
개인용무로 비웠는지 체크
노동자들 업무량은 줄지 않아
“집에서 할 수 있는 일 가져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근무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첫 근무일인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전자상거래 기업 위메프 본사에서 직원들이 정시 퇴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주일에 최장 52시간만 근무할 수 있도록 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행됐다. 법 시행 뒤 첫 월요일인 2일 일터의 풍경은 ‘저녁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노동자들의 기대감과, 조금이라도 낭비시간을 줄이려는 회사들의 안간힘, 그 사이에서 일거리를 싸들고 퇴근하는 노동자들의 풍경이 겹쳤다.

유연근로제를 도입한 대기업 직원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 3월부터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 케이티(KT)에서 신사업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장아무개씨는 이날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딸을 둔 장씨는 “아침에 사무실에 사람이 없을 때 집중도 있게 일하고, 퇴근 뒤에는 어린이집에서 딸을 데려와 저녁을 챙겨준다”며 “가족들이 오히려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육아뿐만 아니라 자기계발에도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도움이 된다는 반응도 많다. 케이티에서 대리점 관리를 맡아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하는 서아무개씨는 “출근시간이 한시간 미뤄져 아침엔 헬스장에 다니고, 고객을 유치하는 대리점과 저녁까지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요섭 롯데지주 대리는 “평소 영어회화 실력을 더 갖추기 위해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회사 인근의 어학원에 등록해 퇴근 후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노동시간 단축과 맞물려 영업시간을 조정한 회사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날부터 본점·강남점을 제외한 점포의 개점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로 늦췄다. 이 회사 직원 박지은(37)씨는 “매일 아침 딸 등교 준비로 전쟁을 치렀는데 출근시간이 30분 늦춰지면서 과거에 생각도 못했던 아침밥을 챙겨 먹을 수 있게 됐고, 딸 등교 준비도 한결 여유로워졌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직원 이진주(26·여)씨는 “백화점 오픈 시간이 늦춰지니 우리 회사도 이에 맞춰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출근시간에는 지하철이 많이 붐볐는데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로운 출근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전날부터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 직원의 퇴근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업종으로 꼽혀왔던 정보통신·게임 업계에선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미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정착되는 모습이다. 대부분 모든 직원이 꼭 일해야 하는 ‘코어타임’을 두면서 출퇴근 시간은 알아서 조정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2주나 한달 단위로 출근 일수에 8시간을 곱한 시간만큼만 일하면 된다.

청와대도 휴일근무를 줄이고, 이른 시간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4시에 퇴근하게 하는 등 노동시간 단축에 동참하기로 했다. 국가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주 52시간 상한제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가 솔선수범하는 차원에서 시행하기로 했다”며 “언론을 상대로 한 브리핑도 늦은 오후를 피해 앞당기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유연해진 출퇴근 시간과 ‘정확한’ 노동시간 산정 필요성에 따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출근시각과 퇴근시각을 노동자 스스로 체크하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아예 일을 못하도록 피시(PC) 온·오프 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적지 않다. 근무 시작 30분 전부터 피시를 켤 수 있고, 종료시간 10분 뒤엔 자동으로 꺼지는 방식이다. 시간외로 일하려면 관리자의 사전승인이 필수다. 대림산업은 “사전승인 없는 연장근로 여부를 파악하고, 위반 때는 인사조처 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근무시간에 흡연이나 은행 업무 등의 이석이 휴게시간인지 노동시간인지 혼란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근무기강 잡기’ 시스템을 갖춘 곳도 있다. 한 물류회사는 이 시스템을 통해 30분 이상 컴퓨터의 동작이 없는 경우 회의로 자리를 비웠는지, 개인 용무로 자리를 비웠는지도 체크하게 했다. 이 회사 직원 김아무개씨는 “보통 점심 먹으러 갈 때 오전 11시30분이면 일어났는데, 오늘은 11시50분에 나갔다”며 “업무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데 대한 ‘눈치’가 더 세졌다”고 했다. 대림산업·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는 ‘시간 단위 연차제도’를 도입해 근무시간 중 자리를 비울 때 연차를 쓰게 했다.

절대적인 업무량과 인력은 그대로인데 노동시간만 줄어든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연장근로가 발생하는 원인 가운데 ‘노동자 수에 비해 업무가 많아서’라고 응답한 순위가 인사담당자는 3위(17.5%), 노동자는 2위(25%)였다. 유통 대기업에 다니는 김아무개(31)씨는 “정해놓은 시간에 일을 못 마치면 연장근로를 신청해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그 자체가 ‘일을 못하는 애’라는 낙인이 될 수 있어 집에서 할 수 있는 업무는 집에서 하는 편”이라며 “일찍 퇴근해도 찜찜하다”고 말했다. 박태우 김보협 기자, 경제에디터석 종합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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