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조 요청을 했는데 거절당했다.”(아시아나항공)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답이 없었다.”(대한항공)
기내식 공급 부족으로 비행기 출발이 지연되고 일부는 기내식을 싣지 못한 채 이륙해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 사태와 관련해, 양대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이른바 ‘도움’ 공방을 벌여 화제가 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4일 가진 ‘사과’ 기자회견에서 “극단적으로 말해 칼(KAL·대한항공)이 도와주면 해결할 수 있었는데, 죄송스럽게도 협조를 못 받았다”고 말해 기내식 대란을 대한항공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아시아나항공 쪽이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이어졌다.
5일 두 항공사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는 도움을 요청하고 제안한 시점이 달라 벌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게이트고메스위스와 합작해 설립한 신규 기내식 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이 나자, 지난 3월 대한항공 쪽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7∼8월 성수기에 기내식을 공급해 달라는 데다 하루 7만식을 생산하는 대한항공 시설로는 아시아나항공이 요청한 양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제안한 때는 ‘기내식 대란’ 사흘째인 지난 3일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우리 쪽 기내식 임원이 아시아나항공 쪽에 두 차례에 걸쳐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시아나항공 쪽은 검토해보겠다고 한 뒤 회신하지 않았다”며 “마치 기내식 대란 책임이 대한항공 쪽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쪽에서는 “대한항공 쪽의 지원 의사 피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기내식 공급이 차츰 정상화되고 있는 단계라 원래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내일(5일)부터는 ‘노밀’(No Meal·기내식 없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전편 기내식 탑재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날 일부 노선에 제공된 음식은 샤프도앤코가 생산한 정상적인 기내식이 아니라, 외부업체 ‘라쿠치나’에서 구매한 ‘브리또’ 등 간편식이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내식 공급은 아직 안 되고 있는데, 회사가 꼼수 해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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