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올 상반기 영업이익 2268억원에도 영업외비용이 늘어 당기순손실 5482억원을 기록했다고 14일 공시했다. 한국전력에 이어 한수원의 적자 전환에 대해 일각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이런 진단과 비판은 타당한 것일까? 사실관계를 하나씩 짚어봤다.
월성1호기 폐쇄가 탈원전 때문이다?
이번 당기순이익 전자 전환의 가장 큰 이유는 월성1호기 장부가액(잔존자산 가치) 5652억원이 2분기 장부에 영업외비용으로 한꺼번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폐쇄 결정이 난 월성1호기는 실제로는 한 해 1256억원씩 2022년 11월까지 분할해 감가상각 비용이 처리된다. 월성1호기 폐쇄는 ‘계속가동’과 ‘즉시폐쇄’의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1983년 가동 시작돼 2012년 설계수명이 한번 연장된 월성 1호기는 ‘탈수록 수리비 등이 더 들어가고 연비도 안 좋은 노후차’와 같은 상태다. 한수원이 올 상반기 삼덕회계법인과 ㅅ대학 등으로부터 받은 경제성 평가 결과를 보면, 월성 1호기의 발전단가(123원/㎾h)는 전력판매단가(61원/㎾h)보다 2배 이상 비싸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연평균 1036억원의 적자를 냈다. 경제성이 낮은 ‘적자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국외에선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의 경우 1972∼1983년부터 가동된 노후원전 6기를 2013∼2016년에 하나씩 조기 폐쇄했다. 가스 가격이 하락하고 전력수요가 하락하는 등 시장환경이 변했고, 신재생에너지 보조금이 증가하는 등 정책 방향에도 변화가 생긴 결과다. 일본에선 안전 규제 강화로 설비투자 부담이 커지자 후쿠시마 사고 뒤 9기가 조기 폐쇄됐다.
정부가 억지로 이용률을 낮춰 적자인 것 아닌가?
월성1호기가 ‘적자 원전’이 된 것은 정부가 이용률을 일부러 낮췄기 때문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그러나 월성1호기 이용률이 지난해 기준 40%, 지난 3년 평균 57.5%에 그친 것은 ‘안전’ 문제 때문이다. 월성1호기는 2016년 9월 경주 지진 뒤 약 넉달 동안 멈춰 있었다. 그 전엔 수명연장 허가를 받으려고 설비를 최신 원전만큼 강화하느라 2년가량 가동할 수 없었다. 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뒤 각 원전의 내진설비 기준을 지진 강도 7.0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는 내진설비 교체 등을 받느라 가동하지 못했다. 30년 이상 오래된 원전을 최신 원전처럼 고쳐 쓰려 비용을 들이다 발전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비싸져버린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용률을 높여 쓰는 게 낫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월성1호기의 이용률을 높여 ‘흑자 원전’으로 만들면 안 될까? 한수원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보면, 비관적이다. 이용률을 60% 정도로 끌어올리더라도, 즉시폐쇄보다 계속가동이 고작 한해 224억원 유리하다. 월성1호기 하루 매출액이 9.4억원이므로 22일만 정지해도 적자로 돌아서는 구조다. 지난 2016∼2017년 월성1호기의 한해 평균 불시 정지일수는 26일에 이른다. 2016년엔 4번, 지난해엔 1번 불시정지했다. 설비 이상이 생겨 한 번만 멈춰 서도 ‘적자 원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신규 원전사업 백지화는 탈원전 때문 아닌가?
한수원은 지난 6월 신규사업인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를 백지화하고 두 원전보다 비교적 투입비용이 많은 신한울 3·4호기는 백지화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백지화 결정은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따른 것으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생긴 비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만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인·허가도 나기 전에 한수원이 부지 매입 등에 쓴 비용은 정부가 보전할 법적 근거가 없어 국민 부담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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