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인 ㈜엘지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승계 작업이 최종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지난 5월 별세한 구본무 전 엘지그룹 회장의 지분이 구광모 회장 등 3남매에게 상속된 데 따른 것이다. 3남매가 내야 할 상속세는 역대 최대인 9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엘지는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엘지 지분 11.3%(1945만8169주)를, 구광모 회장이 8.8%(1512만2169주), 장녀와 차녀인 구연경씨와 연수씨가 각각 2.0%(346만4000주), 0.5%(87만2000주)씩 분할 상속받았다고 공시했다.
구 회장의 ㈜엘지 보유지분은 기존 6.2%에서 15.0%로 늘어나 최대주주가 됐다. 구 회장은 ㈜엘지를 통해 계열사 72곳을 지배하게 됐다. 구 회장은 ㈜엘지 지분을 2.5%가량만 넘겨받아도 엘지 총수일가가 보유한 합산 지분 때문에 최대주주에 오르는 데 문제가 없지만, 그룹 승계와 상속세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을 원천 차단하면서 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 3남매는 상속세 9천억여원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이달 말 상속세 신고를 하면서 1차 상속세를 내는 등 5년간 모두 6차례로 나눠 납부할 예정이라고 ㈜엘지 쪽은 설명했다. 주식에 대한 상속세는 고인이 숨지기 전후 2개월씩의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정하는데,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인 주주의 보유 주식은 지분율이 50% 이하일 경우 ‘세금을 매길 가액’은 여기에 20% 할증해 1조8천억여원에 이르고, 과세율은 50%를 적용한다. ㈜엘지 관계자는 “관련 법률을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내야 할 상속세 납부액은 역대 최대 규모다. 지금까지는 신용호 전 교보생명 회장의 유족이 2003년 납부한 1830억원이 최대 상속세 납부액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 3남매 등이 지난달 엘지그룹 물류계열사인 판토스 보유지분 전부(19.9%)를 미래에셋대우에 팔아 마련한 현금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구 회장은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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